한국일보

애견의 꼬리

2007-05-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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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행(암 전문의)

중년이 넘은 부인들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일들의 우선순위를 열거해 본다면 재력, 친구, 건강, 애견, 그리고나서 남편이라고...
이런 현상이 사실이라면 남편이 늙어갈수록 부인의 애견만도 못한 존재가 되는 것 같아서 나이가 지극히 든 나 자신도 그렇게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그저 이런 이야기가 현실적이 아닐 것이라고 자위해 보면서 내 주위에 애견을 데리고 사는 부인들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보면서 그 통계적 가치까지 따져보고 싶어졌다.어느 민족, 국가를 침범했고 인권을 유린하고서도, 아니면 인간으로서는 인정 못할 악한 짓을
하고서도 그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면서, 부정하면서 자기 국가의 위신을 세계에 팔면서 자기 국민의 지지를 더 받으며 진정한 애국자인 척하는 일본수상 부인도 애견은 키우고 있을 것으로 추측해 보면서 과거 몇달 동안 그 애견의 꼬리가 왼쪽으로만 흔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 살생을 제일 많이 저질렀던 스탈린, 히틀러 등등의 인물들도 자기들의 애견이 흔들어대는 꼬리의 의미를 이해할 능력이 단연 결핍되어 있었을 것이다.몇년 전만 해도 이라크의 제왕처럼 군림했던 사담 후세인이 그리도 쉽게 이슬처럼 사라질 줄은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미국의 대통령이면서 세계의 지도자인 조지 부시와 맞먹으려 했으나 땅굴 속에서 숨어 연명하다가 결국 붙잡혀서 자기 나라 재판관에 의해 사형 언도를 받고 끝내 한 줌의 흙으로 변했으니 자기 애견의 꼬리 흔들림의 충고를 받았던들 이라크 일부 국민의 영웅으로 영원히 남아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후 죽어간 미국의 젊은이들이 3,000여명, 부상자까지 합쳐본다면 그 숫자가 대단하다고 다짐해 보면서 한국전쟁에서 죽어간 미군들의 영령과 그들의 부모, 형제, 친척들의 슬픔과 비난 및 반응, 정치인들의 고충을 생각해 보면서 과연 미국의 젊은이들이 매일 희생
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 전쟁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백악관 푸른 잔디 위에서 뛰노는 미국 대통령의 애견의 꼬리가 늘 오른쪽으로만(즐거움의 표시) 흔들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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