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일하는 노인은 노인이 아니다

2007-05-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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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중국 당대의 유명 시인인 두보는 ‘곡강이수’란 시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다. 곡강은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의 한 가운데 있는 연못인데 이 연못에 나비와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봄의 정취와 술이 어우러지는 풍류를 읊으면서 옛부터 인생 70을 사는 것이 드물다는 구절을 넣었으니 인생의 짧음을 한탄한 말이리라. 그래서 사람의 나이 70을 고희라고 하게 되었고 70을 살면 정말 오래 살았다고 했다.

사람의 수명이 짧았던 과거에는 70은 고사하고 환갑만 넘어도 상노인으로 쳤다. 환갑잔치에서 손자손녀의 절을 받고 나면 모두 노인으로 대접했고 본인도 인생을 다 산 노인처럼 행세했다. 한국에서는 최근 조기 은퇴 바람이 불어 한창 나이인 50대에 사회생활을 중단하고 노인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노인들의 사회활동이 보편화되어 있는 미국에서도 65세를 은퇴연령으로 정해 이 때부터 은퇴혜택을 주고 있다.그런데 의학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고 노인들의 건강이 좋아지자 노령인구의 사회활동
이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인생 70이 고희가 아니라 나이가 70도 안되어 죽는다면 요절이라고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나이 90을 넘게 사는 것이 보통이고 앞으로 의학이 더 발달하면 100살 이상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 인생은 40부터라는 말이 유행했으나 이제는 노령이 시작되는 60부터 인생이 시작된다는 말이 나올만 하다.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70대에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70대 인구의 5분의 1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세계 21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0대의 11%와 60대의 3분의 1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이다. 이 조사에 공동 참여한 HSBC의 담당자는 평균수명이 늘어난 상황에서 의료서비스의 발전으로 70세의 건강은 50세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나이가 젊었을 때 일을 하고 나이가 많아지면 일을 그만두는 은퇴를 한다. 즉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젊은 사람이고 은퇴한 사람은 늙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젊다고 하더라도 일을 하지 않고 조기은퇴를 했다면 그는 이미 늙은 사람이고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도 일을 하고 있으면 아직 젊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학교나 직장, 주거 등에서 인종과 성별, 연령의 차별을 금하고 있다. 법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런 차별이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결혼식장 같은 곳에서도 남자 따로, 여자 따로 앉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에서는 한데 섞여 앉는다. 한국에서는 카페에 가면 젊은이
들만 있고 파고다공원에 가면 늙은이들만 있는데 미국에는 카페나 공원이나 남녀노소가 섞여 있다.어떻게 이처럼 차별이 없어질 수 있었는가. 그것은 모두 차별 없이 일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모두 일을 하고 젊은이나 늙은이나 모두 일을 한다. 만약 노인들이 일을
하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짐만 된다면 차별은 물론 천대까지 받게 될 것이다.

노령에 일을 하는 것은 운동을 하는 것보다도 건강에 좋다. 일을 하면 육체를 움직여 육체적 건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정신활동을 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에도 좋다. 일을 한 결과로 인해 성취욕을 달성하면 보람과 만족감을 느껴 행복해지고 일을 하기 위해 머리를 쓰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최근 직업교육을 받기 위해 봉사센터를 찾는 한인노인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노인들이 직업을 가져 경제력을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사회활동이나 직업활동을 하기에 불리한 점이 없지 않다. 체력이 약하고 기억력이 부족한 것이 큰 흠이다. 그러나 이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정 분야나 인생 전반에 관한 경험을 통해 어떤 문제에 대해 사려 깊고 슬기로운 판
단을 할 수가 있고 젊은이에 비해 이해심과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이 약점을 보완하고도 남는다면 젊은이보다 오히려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노인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해야 한다. 노인은 일을 함으로써 노인임을 부정하고 젊은이가 될 수 있다. 한인사회에도 노령인구가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노인들을 많이 보게 된다. 노인들끼리 몰려다니면서 남의 험담이나 하고 웰페어나 타먹을 궁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우중충한 노인들이란 생각이 든다. 젊은이들처럼 생동감 넘치게 일을 하면서 인생은 지금부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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