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자답게 사는 법

2007-05-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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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휘(예비역 준장)

보통 사람들이 보는 시각과는 달리, 정작 부자들은 성취의 만족도에 못지않게 불안과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무서운 경쟁사회에서 현상을 유지하려고만 해도 엄청난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야 하므로 그 고통인들 오죽하겠는가.

한국에서처럼 부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삐딱한 곳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돈의 위력 때문에 돈 많은 사람이 부러움의 대상은 되어도 결코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불행이자 아이러니이다.돈을 모으는 과정부터 돈을 쓰는 행태며 기업체를 운영하는 방식, 심지어 세습 왕조를 만드는 기발한 상속 모델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는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범람하기 때문이다.거대 기업을 문어발처럼 거느린 총수에게 어느 날 갑자기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는가 하면, 정경유착과 불공정거래, 분식회계와 거액의 탈세 혐의로 쇠고랑을 차는 모습을 보는 국민은 분노를 넘어 허탈에 빠진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부자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 그들을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게 사회적 통념이다. 그들의 재산을 부정한 축재라고 의심치 않고 부자들이 얼마쯤 호사스럽게 살아도 질투의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과 우리 사이에 무엇이 그렇게 다른 생각을 갖게 하는가?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 부정 비리가 끼어들지 않고 꾐수로 법을 어기지 않아 투명하며, 모은 재산을 불법 탈세로 세습하려 하지 않고 국가 사회에 환원하는 부자들의 미덕을 알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 빌 게이츠가 전 재산의 절반, 30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사회에 기증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30여년 전, 미국의 강철 재벌 앤드루 카네기는 다음과 같은 비망록을 썼다. “앞으로는 내 개인 재산을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겠다. 생활비를 뺀 나머지는 선행에 쓰겠다”그 때 그의 나이 33세, 수입은 연간 5만 달러였다. 그 후 그는 부자의 인생은 부를 얻는 전반부와 부를 분배하는 후반부로 나뉘어야 한다는 나눔의 철학을 몸소 행함으로써 후세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겼다.

미국과 영국인의 기부 문화는 ‘부(富)는 신이 잠시 맡겨놓은 것’이라는 신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러시아의 작가 톨스토이가 남긴 ‘부는 거름과 같아서 쌓아두면 악취를 풍기지만 뿌려주면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말을 그들은 금언으로 여기며 실천한다. 미국사람들은 80% 이상이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니 한국과 너무 대조를 이룬다.우리에게도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환난상휼(患難相恤)과 두레의 정신이 있었다. 너무 각박한 세상살이를 겪어 오면서 그 정신은 메말라버리고 오늘날 기부행위는 재벌이나 정치하는 사람들의 의례적인 연중행사 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못 사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동정이나 시혜가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책임이요, 의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구세군 자선냄비나 방송사의 ARS에서 호소하는 일회성 자선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돈은 어떻게 버느냐가 중요하다. 돈을 어떻게 쓰느냐는 더 중요하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라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않는 진리다. 탐욕에 젖어 혼자 써 봤자 얼마를 쓰겠는가.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어 저승 갈 때 가져갈 수도 없고. 누구에게나 한 번 뿐인 삶을 뜻있게, 그리고 이름 석 자 명예롭게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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