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이민 개혁이 성공하려면

2007-05-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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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연방 상원에서 마련한 초당적 이민개혁안은 2007년 1월 1일 이전에 입국한 미국내 1,200만명의 서류미비자를 사면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개혁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혁안이 나오자 이민사회는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 개혁안이 사면 취지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사면 대상에 많은 제한을 두고 있고 사면자들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도 길어 불체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난점이 있기 때문이다.

개혁안의 골자는 현재의 서류 미비자를 구제하고 앞으로 국경 및 이민 단속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서류미비자가 구제 대상이 되려면 신분조회 결과 특별한 범죄 기록이 없고 고용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서류미비자가 고용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구제요건을 갖춘 서류미비자에게는 Z비자를 주는데 이들은 현재 적체되어 있는 가족초청 이민이 해소된 후에야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으므로 영주권 신청에만 최소 8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밖에 부모, 배우자, 미성년 자녀 이외의 가족 초청을 제한하고 취업이민에 적용하는 언어능력, 학력, 기술, 직종 등 포인트제를 가족 초청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더우기 이번 개혁안은 고용주에게 고용인 신분 확인을 의무화 하고 국경 경비 강화조치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조치가 실행된 후에 서류미비자의 구제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같은 개혁안은 이민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미국의 산업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임금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에 저임금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있고 이러한 필요성이 밀입국과 불법체류 사태를 유발하고 있다. 밀입국과 불법체류를 막기 위해서는 고용 단속이나 국경 경비 강화보다는 필요한 만큼 저임금 노동력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밀입국과 불법체류를 강력 단속하더라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우며 자칫 잘못하면 소뿔을 고치려다 소를 잡는다는 말처럼 이민정책을 위해 미국의 경제를 파탄시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번 이민개혁안은 서류미비자를 가급적 많이 구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 또 구제받은 사람이 조속히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일정을 단축해야 한다. 서류미비자들을 까다롭게 심사하여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구제의 문을 넓게 열어 미국사회에 동참하고 미국경제에 기여하는 기회를 줄 수 있을 때 이민개혁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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