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나는 재미

2007-05-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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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윤 태 (시 인)

재미 중에 가장 신나는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돈 버는 재미다. 급료를 받고 일을 하는 사람은 급료의 다과를 따기지 전에 급료가 오르면 신이 나고, 장사를 하는 사람은 장사가 잘 되어 돈이 잘 벌리면 얼굴 색이 달라지면서 신이 난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얼굴 색이 다른데 숨길 수가 있겠나? 돈이란 아무리 벌어도 항상 모자라지만 그래도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노는 자리에서도 호기 있게 재미를 더하며 잘 놀고, 돈을 못 버는 사람은 아무리 큰 소리를 쳐도 속으로는 주눅이 들어 있다.

고통 중에 고통이란 돈 들어갈 데는 많은데 돈이 없을 때이다.. 아이들 학비며, 생활비며, 지정된 날짜에 내야 할 고지서는 많은데 수중에 돈이 없을 때 받는 고통은 처참하다. 돈이 많은 사람과 돈을 잘 버는 사람은 다르다. 재산을 물려받아 처음부터 돈이 많은 사람은 감각이 없고, 돈을 잘 버는 사람은 감각이 살아있다. 한쪽은 활동이 정지된 사람이고 한쪽은 활
동을 하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휴화산과 활화산이다. 활화산의 활동은 멀리서 보아도 힘이 넘쳐 보이는 것처럼 돈을 잘 버는 사람을 보면 활력이 넘쳐 보인다.


빈부의 격차는 활동의 계획과 과정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서 헛김만 내뿜는 화산과 용암을 토해내는 화산의 차이처럼 활동을 한다고 해서 모두 돈을 잘 버는 것은 아니다. 자본의 여력 유무와 시행착오의 분별이 빈부의 격차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세계사에서 나타나는 혁명은 빈부의 격차에서 일어난다. 가난이나 권력에 억눌리는 피지배층은 학상 혁명을 꿈꾸고 있다. 혁명을 일으키기에 더없이 좋은 빌미가 되는 빈부의 격심한 격차, 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이런 격차를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두 손 들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받쳐들고 있는 토대이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자본의 위력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가정의 행복과 질서는 재정적 여력에서 영향을 받는다. 불행한 가정의 혁명, 다시 말해서 돈이 행복의 전제는 아니지만, 많은 가정이 가정경제의 어려움 때문에 깨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돈벌이가 잘 되면 가정의 불협화음 쯤의 위기는 그나마 잘 넘기려는 노력이 생겨나지만 그렇지가 못할 경우에는 가정에도 혁명이 일어나기 쉽다.
없는 쪽 보다는 있는 쪽이 혁명을 꿈꾸지 않는다. 작년, 모든 사람의 생활구호가 행복이라고 했다. 행복할 것 같으면서도 행복하지 않은 현대의 삶을 깨달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해답을 찾아 일년을 보냈다. 몇 사람이나 그 해답을 얻어냈을까? 구호를 앞세웠거나 구호를 옆구리에 끼고 행복을 찾아 헤매던 사람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맨손의 구호는 효력이 없다. 첫째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한다. 궁핍은 짜증을 동반한다. 우리는 부의 기회를 찾아 왔고 그 기회를 얻어보려고 자본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 행복 때문이다. 행복을 얻으려면 삶이 편안해야 한다. 삶이 고달프면 행복은 눈에 빤히 보이는 문 밖에 있으면서도 그 거리가 구만리다.가정 경제가 빈곤한 사람은 돈부터 벌어서 생활의 여유를 갖추어야 한다. 뭐니뭐니 해도 봉건사회가 아닌 현대의 산업사회에서는 경제가 첫째이고, 그것이 행복을 만드는 첫째의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돈을 버는 방법에 따라서 행복과 비행복이 내재한다. 시행착오에서 오는 실패를 부정직의 방법으로 전환하여 돈을 번다면 그것은 돈을 버는 결과보다 더한 불행을 초래한다.

돈은 벌어야 한다. 피가 모자라면 빈혈이고, 살기가 힘든 사람을 빈민이라 부른다.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 살기가 힘든 나라는 빈민국이고 주머니에 아무 것도 없으면 빈 주머니다. 우리 한인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민족이 된다면 이 땅에 납작 엎드려 남의 피를 몰래 빨며 행복해지려는 빈대라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인간다운 정당한 방법이라면 그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벌어야 한다. 돈이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돈이 있어야 사회에 환원도 하고 그 다음의 좋은 일, 행복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大富)는 재천(在天)이요, 소부(小富)는 근면(勤勉)이라고 명심보감에 있으니 만사에 부지런하라! 부지런하면 작은 부자는 될 것이고, 돈벌이에 부지런하면 혹 큰 부자가 될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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