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내가 내 속의 적을 잘 알지 못하여

2007-05-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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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자신은, 자신을 잘 알지 못하면 패할 수밖에 없다. 내가 나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기겠는가. 자신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나에 대한 공부를 어떤 방법으로 해야 내가 나를 진정으로 알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자신이 자신을 잘 몰라왔다 하더라도 오늘부터라도 나는 나를 잘 알아 다시는 실수와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실패하기 전에 자신은 자신의 장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여 실패하지 않게 해야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란 말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전쟁에 백번 승리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적은 바로 나다. 자신이다. 내 속에 내 적이 있다. 자신 속에 적이 있다.
내 속에 있는 적을 잘 알아야 실패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 외부의 환경과 상황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내 속의 적을 잘 알지 못하여 실패하는 경우는 더 많다. 내가 나를 알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알겠는가. 내가 나를 잘 알아야 어떤 역경에서건 잘 대처하여 위기를 넘길 수 있고 실패하지 않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거리를 거닐며 하던 말이라 했던가. “너 자신을 알아라(Know Yourself)”. 소크라테스가 그런 말은 했나 안 했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고금동서(古今東西)를 막론하고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하여 부자로 있다 졸지에 가난뱅이가 된 사람, 평생 들여 잘 쌓아놓은 명예를 한 순간에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사람 등은 부지기수(不知其數)다.
잘 아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그리 부자도 아니다. 그런데 씀씀이는 부자 저리 가라다. 평소에는 그리 잘 쓰지 않다가 약주 한 잔만 들어가면 주머니에 있는 돈, 신용카드에 있는 돈 모두를 물 쓰듯이 써버린다. 쓸 때는 좋다. 함께 공짜로 먹고 마시는 모두들은 즐거워한다. 아주 기분 좋게 그를 치켜세운다.

그런데 다음날. 그는 후회한다. 약주 기운에 신나게 돈은 썼지만 “아! 내가 왜 또 이런 일을 저질렀나!” 후회한다.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이미 돈은 써버렸고 신용카드엔 빚만 덩그러니 올라앉았는데. 자신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행동이다. 아니 자신을 알았다 해도 약주 기운에 그렇게 됐다고 이유를 달 게 분명하다. 문제는 약주기운에 그렇게 되는 자신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 친구만 그런 게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기분을 좋아한다. 기분만 좋아지면 모두 자기가 사려한다. 더치페이(나누어 내는 것)는 한국 사람들에겐 잘 어울리지 않는다. 주머니가 불룩하지 않아도 그냥 내가 내야 직성이 풀린다. 다음에는 누가 내던지 상관없다. 내가 한 턱 쏘아야 기분이 좋다. 내 속에 적이 있음을 모르는 처사다.

또 다른 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음식이나 약주 잘 먹고 돈 낼 때만 되면 화장실에 간다. 그러면 나머지 친구들 중 한 명이 돈을 내게 된다. 돈 다 계산하고 나면 화장실에서 어슬렁거리며 나온다. 시치미 딱 떼고 나와 돈을 계산하려 한다. “어, 벌써 계산 다 끝났어! 내가 한 발 늦었네. 다음에는 내가 사지” 그래놓고는 다음에도 안 산다. 이 두 친구를 비교해 보자. 첫 번째 친구는 기분 좋게 돈도 잘 쓰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좋다. 그러나, 인기가 안 좋은 데가 있다. 가정이다. 아내다. 자식들이다. 친구들도 그를 돈 잘 쓰는, 인기의 사람으로 겉으로는 그러겠지만 속으로는 “어휴, 바보 같은 친구. 누가 저보고 돈 내라 그랬나!” 할 게 분명하다. 결국 비싼 돈 쓰고 바보소리 듣는 격이 된다.

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아무리 써도 표 하나 안 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이 그렇게 돈을 펑펑 쓴다면 그 사람은 자기 자신의 적을 몰라도 너무도 모르는 사람이다. 기분 좋다고 빚 얻어 기분으로 쓰는 그 사람의 적은 바로 “약주 한 잔 들어가면 기분 좋아지고 세상만사가 다 자기 것으로 착각되는 데” 있다. 어제까지는 그렇게 살아왔다고 해도 오늘부터라도 자신을 잘 알아 그렇게 살아가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성공할 수 있다. 친구들하고 기분 좋게 식사하고 나서 식사 값 안 내는 것이 성공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의 적을 잘 알아 다시 거듭되는 쓸데없는 낭비의 습관만 바꿀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푼 두 푼 벌어 모으기가 쉬운 세상은 아니다.

내가 내 속에 들어 있는 적(약점)과 아군(장점)을 잘 파악하여 처세한다면 세상 살기가 훨씬 행복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깍쟁이나 수전노(守錢奴)처럼 굴어 왕따 당하는 경우는 없어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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