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월은 가정의 달

2007-05-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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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주립대 경제학교수)

5월은 가정의 달, 사랑을 만끽하는 시기이다. 고국에서는 5일의 어린이날을 효시로, 8일은 어버이날과 재향군인의 날, 둘째 월요일은 성년의 날, 15일은 스승의 날이다.미국에서는 둘째 주일을 어머니날로 지킨다. 이 모든 기념일들이 가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먼저 어린이들의 개성을 신장시키고 정상적인 발육으로 나라의 장래를 이어나갈 인재의 교육으로부터 시작하여 성장과정에서 성년이 되면 사회적인 책임과 권리도 익히게 된다. 나라를 지킨 군인들의 수고와 우리를 지도 편달해 준 스승을 존경하며 감사하는 행사가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어머니와 아버지를 동양적인 ‘효’의 사상으로 모시는 것이 으뜸이 되어 있다. 아무런 조건이나 이해타산도 없이 손발이 다 닳도록 우리를 길러준 큰 사랑에 보답하는 것이 가장 의의가 있는 어머니날 또는 어버이날이다.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높은 희생과 노고에 늘 감사하므로 가정의 달의 참뜻을 체험하게 된다. 이것은 오래된 필자의 지론(持論)인지라 “각자의 생일이야말로 진정한 어머니날”이라고 늘 주장하고 있다. “돌아가신 후에는 모두가 효자”라는 말이 과연 무엇을 표시하는 교훈일까?
이토록 사랑이 근본인 범주 내에서 자란 우리들이 대대로 가정을 유지하게 된다. 나아가서는 우리가 가진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고, 사회에 봉사하여 물심양면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상호 의존의 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이민생활은 고립해서 살 수 없으며 소수민족으로 잘 적응하여 개인이건 단체이건 올바른 공헌과 낙관적인 삶의 철학으로 제 2의 인생을 즐기는 것이 우리의 비전(vision)이요, 파업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지난 4월 16일 버지니아 공과대학에서 일어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참사사건은 우리 한인 모두가 연대책임을 느끼게 한 ‘청천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재미 한국 유학생을 비롯하여 한인 전체, 나아가서는 한미관계도 아무런 영향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소원이 아니니라.먼저 32명 희생자의 명복과 피눈물 흘린 유가족에게 하늘에서 내리는 위로와 충격으로 입원중인 부상당한 분들의 조속한 치유로 하루속히 정상적인 삶에 복귀되기를 계속 기도한다. 미국에서는 헌법에 총기의 소지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약 2억이나 되는 총기가 개인의 소유로 되어 있으면 불시의 사고를 방지할 도리가 없다. 우선 무기의 단속을 촉진시키는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기회를 통하여 가정의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잘 자란 잔디 위에 흙이나 물건을 놓아두면 얼마 후 초록색이 노란색으로 변해버린다. 햇빛을 쪼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양을 등지고 가는 사람은 자기의 그림자밖에 볼 수 없다”라고 소설 ‘빙점’의 저자 미우라 아야꼬가 언명하였다. 태양은 식물이나 동물에게 모두 필요한 존재이다. 다시 말해서 햇빛은 사랑의 상징이다. 어두움의 자녀가 되지 말고 빛의 자녀가 되어야 겠다.

1978년에 초판을 발행한 후 아주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책 ‘자주 다니지 않는 길’의 저자인 팩(M. Scott Peck) 박사는 모든 정신적 비정상을 분석하면 궁극의 공통점은 ‘사랑의 결핍’이라고 해명하였다.
그리고 심리학 교과서에는 어린이들의 그림이 포함되어 있다. 정상적으로 자란 어린이들이 그린 사람의 얼굴은 항상 입술 양끝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웃는 얼굴이다. 하지만 부모가 이혼했거나 아버지가 형무소에 복역중이면 입술 양끝이 땅을 향하고 때로는 얼굴에 눈물도 추가한 것을 그린다. 어린이들까지 사랑을 받고 자랐느냐, 아니면 소외되어 햇빛을 보지 못한 잔디처럼 ‘누런 색’이 되었느냐가 무의식적으로 그림에 반영되어 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이하여 우리의 자녀들이 사랑을 만끽하면서 정상적으로 자라도록 해주는 것이 부모의 사명이 아닌가. 이러한 수고와 노력이 끔찍한 참사를 방지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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