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이민개혁 이루어냅시다

2007-05-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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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취재1부 차장대우)

올 여름 ‘이민개혁법안’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1986년 이후 20년 넘게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이민개혁법이 지금 이 시간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9.11 테러 후 본격화한 부시 행정부의 ‘반 이민정책’으로 이민사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민개혁법안을 논의해야할 시기에 미 의회는 ‘리얼 아이디 법안(REAL ID Act of 2005)’을 통과시켜 서류미비자들의 운전면허증 취득을 원천봉쇄했으며 ‘센센브레너 & 킹 법안’을 통과시켜 서류미비 노동자들은 물론 이들을 고용하는 고용주까지 압박하는 반 이민정책을 계속해서 내놓았다.


다행히 ‘리얼 아이디 법’의 시행을 반대하는 주가 늘고 있지만 법 시행 예정일인 2008년 5월11일이 지나면 이에 대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여 큰 혼란이 예상된다. ‘리얼 아이디 법’은 운전면허증의 위조를 막고 면허증 신청자의 신분을 확인, 911 테러와 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실제로 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고 사회적인 여파도 커 이에 대한 시행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처럼 부시 행정부의 반 이민정책들이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민개혁법안이 독소조항으로 가득 해 이민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백악관이 내놓은 이민개정안은 가족초청이민을 대폭 축소하는 등 비인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백악관 안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에 이민사회가 원하는 인도적이고 공정한 이민개혁법안 마련은 “이미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연방하원에 상정된 ‘STRIVE Act’가 백악관 안보다는 진보적인 내용의 사면 조항을 담고 있지만 이 역시 보다 강화돼야 그나마 희망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상원에서도 민주공화 양당이 수정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3개월이 이민개혁법안 마련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사회는 이 기간 동안 이민사회가 원하는 내용이 수정안에 보다 많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로비에 나서야 한다.

미국은 이민자에 의해 세워진 나라다. 내가 먼저 이민을 왔다고 나보다 늦게 온 이민자를 괄시한다는 것은 미국의 건국이념에 어긋난다. 이민사회가 원하는 인도적이고 공정한 이민개혁안은 체류신분을 이유로 생이별중인 가족들의 상봉과 열심히 일해 온 서류미비 노동자들의 사면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난 1일 전국 집회를 마련한 청년학교의 ‘함께 일구는 미국의 내일: 이민개혁을 이루어 냅시다’ 라는 구호는 서류미비자만의 구호가 아닌 우리 모두의 구호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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