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덕 불감증

2006-11-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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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희(앨러지전문의)

오늘도 하루의 바쁜 일과를 마치고 한국신문을 읽는 나의 습관은 어느덧 삶의 일부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신문을 읽을 때 머릿기사를 먼저 읽게 된다. 얼마 전 박세리 선수가 슬럼프에서 벗어나 골프대회에서 다시 챔피언이 되어 재기에 성공하였고 또 한인여성이 하버드
법대 교수가 되었다는 기사를 읽을 때 이 또한 이민생활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나 자신도 한 가정의 아내로, 두 아이들의 엄마로, 직장에서 교수 및 의사로서 1인4역을 담당하고 있음에 여성들의 성공담을 접할 때는 기쁜 마음이 든다.이제 한국도 오랜 전통인 ‘가부장제도’라는 틀에서 벗어나 세계의 현대적 흐름에 부응해서 가정에서의 여성들의 역할과 사회적인 지위가 많이 향상되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힘든 이민생활에서 가정의 파수꾼으로 꿋꿋이 가정을 지키며 직장이나 일터에서 자신의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일하는 많은 한인여성들과 어머니들을 볼 때 우리의 미래가 한층 밝아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인여성들의 훌륭한 어머니상과 성공담들과는 달리 몇몇 사람들의 ‘도덕 불감증’으로 인해 많은 덕담들이 그 빛을 바래게 한다.


어느 날, 이제 한글을 제법 읽게된 고교생인 둘째아들이 신문을 보면서 갑자기 “엄마, 매춘이 뭐예요?” 묻길래 저으기 당황했다. 잠시 대답을 못하다가 이제 중급 한글교과서를 습득하면 더 자세히 설명해 주겠노라... 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더니 아들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안도의 숨과 동시에 나는 과연 미주 청소년들에게 무엇이 진정한 ‘한인 여성상’이라고 설명해야 하는지 묘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는 많은 현대인들이 ‘도덕 불감증’에 걸려있음을 알 수 있는데 자신의 행위는 ‘정당방위’요, 남의 행동은 무조건 ‘파렴치한 비열한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즉, 자신의 쾌락을 위하여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사랑이 우선순위여야 하는 ‘성’을 강압
적인 물리적인 힘과 금전에 의존하며 소위 사고 파는 ‘매춘’이라는 행위로, 남성들은 일시적인 쾌락을 얻고 여성들은 물질로 그 댓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도덕적인 행위로 남성들은 내적으로 더욱 더 수치감에 빠지고 여성들은 피해의식으로 인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특히 인권을 가장 중요시하는 이곳에서 지금도 어디서나 비양심적이며, 비도덕적이며, 비인도적인 행위들이 자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매춘행위에 가담
하는 한인여성들이 남이 아닌 피를 같이 나눈 민족이며 형제 자매이며, 친구이며 이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 나와 같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신문을 읽으며 좋은 일을 기대하는 50만 뉴욕 한인들에게 더 이상 ‘매춘’이라는 두 글자가 신문의 첫머리를 장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하여 가정, 사회단체 및 신문이나 미디어가 한 공동체가 되어 매춘행위를 적발하고 근절하여 보다 나은 사회 건설에 힘쓰기 위해서는 ‘가정 또는 여성 세미나’를 자주 개최하고 한인여성들의 주체성 및 지위 향상, 여성들의 체계적인 언어 습득, 직업훈련 및 재활을 체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비영리 한인여성단체들이 더 많이 조속히 설립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결론적으로, 우리 모두 ‘도덕 불감증’에서 벗어나 한인으로서의 긍지를 지니고 품격을 유지하며 우리 사회의 희망이자 미래인 우리들의 자녀인 2세, 3세들에게 긍정적인 자부심과 능동적인 삶의 터전을 마련하여 더욱 더 건전하고 복된 이민사회를 이룩하는데 우리 모두가 동참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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