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2006-08-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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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취재1부 차장대우)

“I Have A Dream”
“I have a dream that my four little children will one day live in a nation where they will
not be judged by the color of their skin but by the content of their character”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네 자녀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그런 나라에 살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지난 1963년 8월23일 노예해방 100주년 기념으로 워싱턴D.C.에서 열린 평화 행진에서 남긴 유명한 연설 ‘I Have A Dream’의 한 구절이다.


미국 인권운동의 불을 지핀 것으로 평가되는 이 연설로 미국인들은 인종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으며 연설을 한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미국을 대표하는 인권 운동가로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킹 목사의 간절한 소망이었던 인종차별의 벽은 그가 암살당한 후 38년이 지난 이 시간 까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인종혐오 범죄라는 이름으로 인권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의 얼굴에 계속 먹칠을 해오고 있다.

지난 12일 새벽 한인 밀집지역인 퀸즈 더글라스톤에서 백인 2명이 아시안 청소년 4명에게 인종혐오적인 폭언과 함께 폭력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 퀸즈 검찰청 리차드 브라운 검사장은 즉각 이들을 2급 폭행 및 3급 인종혐오, 공무집행방해, 2급 경찰 폭력, 체포저항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14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국계 청소년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인종혐오적인 폭언과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 소수계 특히 아시안 커뮤니티를 분노케 했다. 검찰이 가해자들에게 적용한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이들은 최고 15년 형을 받게 된다.그간 간혹 집 앞에 세워둔 자동차에 인종혐오 낙서가 발견, 이민사회를 긴장 시킨 적은 있었으나 경찰의 강력한 단속 의지로 연속 사건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사건은 흉기까지 동원해 폭력을 행사한 끔찍한 인종혐오 사건으로 그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헬렌 마샬 퀸즈보로장을 비롯 지역 내 모든 정치인들이 인권단체들과 합세해 규탄집회를 연이어 열고, 인종혐오 범죄 근절과 가해자 엄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종혐오 범죄는 단 한 번도 많다”는 한 정치인의 발언에 큰 박수가 나왔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되겠다. 이번 사건을 마지막으로 인종혐오 범죄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며 인종혐오가 얼마나 나쁜 범죄인지를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래야 비로소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우리 모두의 꿈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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