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명의 나눔

2006-08-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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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유스앤 패밀리포커스 대표)

참으로 지독한 더위였다. 또한 참으로 열정적으로 지낸 한 주였다. 지난 주간에 7기 광야 캠프는 날씨 만큼 유난히 리더십이 뛰어난 아이들이 많이 참석하기도 한, 그래서 억척스레 아이들이 자신의 몫을 해낸 주간인 것 같다.폭염으로 헤비타트의 스케줄이 취소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래도 덜 더워진 하루를 택해 결국은 가서 일을 하겠노라고 우겨대(?) 그 곳의 직원들도 덩달아 쉬지 못하고 나와 일을 했어야 했고, 아이들은 멋지게 자신들의 일들을 해내었다.이렇게 이번의 55명의 아이들은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앞을 다투어 일들을 멋지게 해낸 아이들이다.

싱싱교도소와 피쉬킬 교도소 방문, 그리고 홈레스 쉘터의 방문에서는 그곳의 재소자들과 홈레스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이 누리는 소중한 특권들과 자신들의 가족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재인식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 날 하루의 피곤을 풀 시간도 없이 다음날 방문해야 할 양로원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보여드릴 장기자랑을 위해 그룹 그룹으로 춤과 노래, 그리고 바이얼린 연습으로 밤 늦은 시각까지 산속의 캠프가 떠나갈듯이 시끄럽다. 그리고 아침 일찍 떠나가야 하기에 완벽한 준비를
위해 온 캠프 멤버와 선생님들 앞에서 순서대로 공연하는 그 밤은 우리끼리만의 또다른 장기자랑의 잔치 자리가 되어 아이들의 웃음으로 밤하늘의 공기를 가르는 밤이 되어 우리 모두의 가슴에 행복과 기쁨을 가득 채워줌을 느끼게 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이 순간 만큼은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어떤 것, 공부, 부모의 기대를 채워야 하는 부담과 또래 그룹으로부터의 압박감 등으로부터의 자유함과 매일 매일 새롭게 펼쳐지는 새로운 현장을 향한 최선의 준비로 인한 열정의 순수한 행복들로 가득 채우며 그들의 눈빛과 얼굴들이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다.늘 광야 캠프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 한 사람 한 사람은 이 세상의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보석처럼 생명의 빛으로 빛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빛이 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섬기고 돕는다는 그 단순한 한 가지를 가지고 그들이 모였다는 것과, 매일 매일 24시간씩 1주일 동안은 다른 어떤 것도, 컴퓨터 게임도, 인터넷도, 같이 했던 친구도, 심지어는 가족도 그들을 방해할 수 없고 단지 그들의 생각, 계획, 연습, 생활, 이 모든 것이 다 온통 다른 사람을 섬기기 위해서라는 것으로 사로잡힌 삶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 캠프에 오는 날부터 하는 모든 일들, 즉 텐트를 치는 것, 취사, 기가 막힌 시설의 화장실 사용, 봉사활동 등 온통 몸에 배지 않은 훈련들이지만 하루가 지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한 것들을 즐기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며, 마지막 날이 되면 아이들은 편리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보다 광야캠프를 마감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에 섭섭해하는 마음들이 되어진다.

양로원에서 이들의 춤과 노래에 덩싱덩실 춤을 추며 함께 하던 할머니, 자신의 주전부리를 아이들 손에 꽉 쥐어주며 더 맛난 것으로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히던 할머니들, 떠나는 아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꼬옥 안아주며 “너희들은 참 귀한 아이들이다. 늘 기도하겠다”며 우시던 할머니, 이들을 기억하며 마지막 밤 캠프파이어, 각자 발표를 하는 시간에 눈시울을 붉히던 아이들, 9개조로 나뉜 각 조가 연극으로 1주일의 봉사캠프를 표현하는 장면 장면으로 인한 아이들의 웃음과 환성 소리는 깜깜한 새벽 하늘을 아이들의 꿈으로 수놓는 듯한 환상적인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뛰어난 성적과 재능이 많은 아이들, 보통의 평범한 아이들, 그중에는 가족들과의 갈등으로 사춘기의 아픔을 가진 아이들, 이렇게 골고루 다 모였지만 이곳에서는 그저 단순히 맑고 순수한, 그리고 싱그러운 꿈들을 잉태한 아름다운 생명나무들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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