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름에 대한 단상

2006-08-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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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조선족)

이름이 없는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자신의 고유 이름을 지니고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이름에 크레딧을 쌓으며 살아간다.어떤 사람의 이름자만 대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심을 불러오는가 하면 어떤 사람의 이름자는 듣기만 하여도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게도 한다.

인간의 여러가지 욕망 가운데 이름을 날리고 싶어하는 욕망이 제일 고차원적이고 최종적이며 제일 무한히 큰 욕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짐승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할 정도로 모든 사람들은 이름에 대해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이렇게 중요한 것이 이름이니 아기가 태어나면 가정에서 제일 가깝거나 권위 있는 사람이 이름을 짓는가 하면 자신이 없을 때는 유식한 사람을 찾아서 이름을 부탁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유명하다는 작명소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처럼 소중하게 다뤄야 할 그 이름을 너무나 쉽게, 한여름에 티셔츠 바꿔 입듯이 수시로 바꿔가면서 사는 사람들을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다.미국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개 미국사람이 부르기 쉽게 하기 위해 미국이름을 지어서 부르는 것이 흔한 관례다. 그래서 미용실이나 네일가게에 가면 ‘써니’요, ‘조이’요, ‘미셸’이요, ‘제니’요 하는 흔한 미국이름을 지어서 부른다.
아무리 일터에서 부르는 이름이라도 이것은 엄연한 자신의 인격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가게를 한 번 옮길 때마다 이름을 한번씩 바꾼다.

“아니 이거 ‘조이’ 아니요!” 하면 “~아니, 지금 여기서는 ‘로라’라고 해요. 조이는 초보자일 때 이름이지요” 또는 “조이는 옆에 사람들하고 싸우고 잘못 어울릴 때 이름이지요. 지금은 로라라고 해요” 하는 식이다. 너무나도 자기 이름에 무책임하다.
이름에 때가 묻으면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듯이 이름을 이렇게 바꿔버린다. 이름을 소중하게 여길 줄 모른다. 죽을 때까지 잘 다듬고 쌓아가야 할 이름의 크레딧 쌓기를 이렇게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그리고 인터넷 웹사이트에서는 어쩌면 더욱 더 심하다. 정말로 자신의 일관된 소신이나 견해를 가지고 한 두개의 고정 아이디(ID)를 가지고 진지하게 토론에 임하는 신사다운 네티즌이 몇 안된다. 아이디를 수도 없이 바꿔가며 이 사람 저 사람을 마구잡이로 헐뜯고 비방, 중상하며 소일하는 악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어떤 가게에 가면 같은 이름이 둘이어서 뒤에 성을 붙여 부르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한국이름을 그대로 부르거나 한국이름을 약간 미국사람이 발음하기 쉽게 고쳐서 발음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미나’나 ‘유진’이나 ‘미아’(명의 미국발음)나... 이런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자기 이름에 책임지는 사람들이다.우리 모두 자기 이름에 책임을 지고 살자. 그리고 자기 이름을 소중하게 가꿔가자. 이렇게 노력할 때 더 나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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