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미국은 아직도 기회의 나라

2006-08-16 (수)
크게 작게
여주영(논설위원)

살기가 정말 점점 힘들어진다. 수입에 비해 지출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도 이제는 예전의 환상인가? 이민온 한인들을 보면 한쪽은 한국의 경제발전 이전에 온 사람들이고 또 한쪽은 그 이후에 온 사람들이다. 또 한쪽은 한국의 땅 값,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전에 온 사람들과 또 오른 후에 온 사람, 이 두 부류로 갈라진다.

이 중에서 전자에 온 사람들은 몸으로 떼우고 시간으로 떼워서 생활해 나가려고 무진장 애를 써왔다. 후자에 속한 사람들은 별일을 안 하면서 골프나 치며 먼저 와서 애쓰는 사람들의 눈치나 슬금슬금 보며 잘 사는 경우가 많다. 후발주자로 경제 발전 이후에 온 사람들은 퇴직금을 받아도 상당 액수를 받아서 왔고 집 팔아서 온 사람들은 거액을 들고 온 예가 적지 않다.한국에서 해외 부동산 구입 허가가 난지 1년도 채 못 된 지금, 미국에 와 부동산을 매입한 돈이 공식적으로 약 2억 달러라고 한다. 이는 비공식적으로 따질 때 보통 공식적인 숫자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감안하면 몇 억달러는 될 듯하다.


한국의 경제패턴을 보면 일본의 그것과 거의 궤를 같이한다. 부동산 시장을 보아도 예전에는 그렇게 땅값, 집값이 비싸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때는 사람들이 사는데 꽤 넓은 집에서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두 가지 층이라고 한다. 나이 많은 쪽은 그래도 옛날에 사서 그런대로 사는 집이 넓지만 요즘 젊은 층은 아무리 엘리트라도 집값이 너무 올라 비교적 작은 집에서, 그것도 세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으로 파견 나와 일하던 일본의 주재원들이 보통 5~6년 체류기간 끝내고 그냥 주저앉아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뉴욕의 일본식당이 많아진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퇴직자들이 먹고 살기 위해 차리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라고. 그 뿐만 아니라 퇴직 후 ‘자녀교육’을 강조하는 남편과 ‘왜 좁은 집으로 다시 들어가려 하느냐’고 실랑이를 하는 부부간에 이혼율도 전에 없던 현상으로 자꾸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뒤따른다.
어쨌든 일본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정치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나까 수상이 활용했다는데 이로 인해 일본의 부동산 시장은 아주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한국에서도 노태우 정권 시절 배워 부동산 시장이 아주 다 망가졌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집을 산 사람은 문제가 없지만 지금 월급쟁이는 집을 살 궁리조차 못한다. 그래서 이왕 집을 못살 바엔 세로 살면서 좋은 차타고 놀기라도 실컷 놀자는 사고방식으로 있는 돈 없는 돈 다 쓰면서 저축은 아예 생각조차 안한다고 한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이렇게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결국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한국의 위락시설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고 한다. 미국은 그래도 그런 현상이 없지 않은가. 기회의 나라라고, 그래도 아직은 희망의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같이 그렇게 저속한 위락시설들이 발달돼 있지 않다. 그러한 위락시설이 있다는 것은 기회나 희망이 없다는 뜻이고, 없다는 것은 오히려 희망이 있고 기회가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는 다행히 미국에서 살고 있다. 아무리 휘발유 값이 오르고 물가가 올라 살기가 힘이 든다 하더라도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버텨나갈 힘이 있다. 그 힘은 어디서 오는가. 어떤 개인의 능력유무를 떠나 미국이라고 하는 거대한 나라, 그 이름 하나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미국은 얼마만큼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가. 지금 세계를 보면 어느 나라건 인플레가 없는 나라가 없다. 다 인플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미국 만큼은 그 인플레를 저지하려고 연방정부에서 무진장 애를 쓰고 있다. 그래서 금리도 동결시키고 어떻게든 올듯 말듯한 인플레를 못 오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미국 정부에서 하는 노력은 언제나 성과가 따른다. 한국에서처럼 무작정 떠들었다 수그러드는 그런 정책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그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휘발유 값 오른다고, 경제가 좀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자. 우리에게는 아직도 기회가 있고 희망이 있지 않은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