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음모 W론

2006-08-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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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부장대우)

지난 2004년 마이클 무어가 제작한 ‘화씨 9.11’이라는 영화가 부시 대통령 일가와 사우디 왕가나 빈 라덴 일가와의 유착 관계를 지적하면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이 영화는 9.11 당시의 정부 대응이나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적 모순을 통렬하게 지적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보다 더 충격적인 다큐멘터리가 나와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9.11 Loose Change 2nd Edition’라는 이 인터넷 무비는 쌍둥이 빌딩의 붕괴가 비행기의 충돌이 아닌, 건물 폭파 방식으로 무너졌다, 정부가 사고기의 블랙박스를 회수하지 못했다고 거짓
말을 했다, 펜타곤에 부딪힌 항공기의 흔적이 없다,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주가 왜 사건 발생 한달여전에 테러 보험을 들었을까 등의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나왔던 각종 인터뷰와 정부 발표, 이후 산발적으로 나온 의혹들을 모아 9.11 사태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이에대한 해명을 촉구하는 것이다.워낙 충격적인 내용이라 쉽게 수긍할 수는 없고,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랬겠나’하는 생각이 워낙 커서 그냥 지켜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잡았다.사실 ‘음모 이론(conspiracy theory)’이라는 것이 가끔 정교한 의혹을 바탕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아니면 말고’식으로 나오는 것이 많아서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미국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이 사실은 거짓이라는 것도 있고, ‘다빈치 코드’처럼 예수가 사실은 결혼을 해서 그 혈통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스토리도 있다. 한국에서도 아직까지 KAL기 폭파 사건이 조작이라는 의혹이 여전히 나오고 있으며 박정희 전대통령의 암살이 미국의 지원으로 가능했다는 말도 한때 떠돌았다.
국가의 정책적인 활동에는 언론이나 일반 국민에게 일일이 밝힐 수 없는 사안이 있다. 그 판단이 비록 자의적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음모 이론은 가끔 사실 여부를 떠나서 당시 정권에 대한 사람들의 도덕적 판단이 아주 바닥에 있음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한국 속담이 인터넷 무비 ‘9.11 Loose Change 2nd Edition’에는 적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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