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테러와의 전쟁’ 제대로 해야

2006-08-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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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은 또 한번 테러 공포에 떨었다. 영국과 미국의 보안당국이 지난 10일 미국행 항공기를 동시다발로 공중 폭파시키려던 테러범 일당 21명의 체포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음모 내용은 테러범들은 오는 16일 영국을 출발, 미국의 뉴욕, LA, 워싱턴, 시카고와 보
스턴으로 가는 미국적기 아메리칸 에어라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컨티넨탈 에어라인의 비행기 5대를 동시 폭파할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이 테러에 이어 항공기 12대를 동시 폭파하는 추가 테러 계획도 있었다고 하니 가공할만한 규모이다.

참으로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테러 음모가 적발되지 않고 그대로 진행되었더라면 9.11 테러를 능가하는 타격을 주었을 것이다. 항공기가 무차별로 테러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항공업계를 비롯한 관광산업은 초토화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테러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세계에 확산되어 일상생활과 경제를 마비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테러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고 경계조치만 강화되었는데도 항공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이다. 공항의 검색이 강화되면서 탑승시간이 지연되고 일부 비행기는 운항이 취소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여행객도 줄어들었고 공항 면세점이 거의
휴점 상태라고 한다. 테러의 위협은 이처럼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도 테러 위협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뉴욕에서 지하철 테러 음모가 적발된지 얼마되지도 않아 이번에 또 대규모 테러음모가 나타났고 이번의 대형 테러음모가 적발된지 나흘만인 13일 영국 경찰은 철도나 항만, 지하철 테러를 계획한 24건의 테러음모를 적발하여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곳에서 어떤 테러음모가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9.11 테러 직후 부시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지 만 5년이 흘렀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의 최우선 과제로 국민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성원 속에 수행되었다. 국민들은 부시대통령이 다른 것을 모두 잘못해도 테러와의 전쟁만은 제대로 할 것으로 믿고 그를 대통령에 재선시켰다.그런데 지금 테러의 위협이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테러의 중심세력인 알카에다 조직은 9.11 테러를 자행한 후 5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의 테러를 조종하고 있다.

이라크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미국의 대테러 전쟁은 엉뚱하게 변질되었고 중동지역에 반미감정을 더욱 고조시켜 이라크 저항세력과 헤즈볼라 등 테러세력을 더 키워놓고 말았다.미국은 이제 테러와의 전쟁을 제대로 해야 한다. 중동지역에 대한 외교적 화해 노력과 함께 테러 집단에 대한 강력한 색출작업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계속되는 테러 음모를 뒤쫓아서 모조
리 적발할 수는 없으므로 수사 위주의 대테러전 만으로는 테러를 모두 막을 수 없다. 이번 대규모 테러 음모를 계기로 미국은 외교적, 군사적 노력을 총동원하여 테러와의 전쟁을 재정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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