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더위의 보신탕

2006-08-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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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개고기 박사로 통하는 충청대학 식품영양학과 안용근 교수는 국제행사 때마다(88올림픽, 2002 월드컵 등) 불거지는 해외언론의(영.미) 개고기 문화 때리기에 대비, 개고기 햄버거와 화장품 등 20여종의 상품을 개발,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로이터 통신은 ‘개고기 박사’라는 제목으로 인터뷰 기사를 타전했는데 중국은 오래 전부터 가공식품까지 만들어 대중식이 되고 서구에서는 주로 집안이나 침실에서 기르고 있어 마당(방목)에서 또는 사육장에서 기르는 한국과는 의식 자체가 다르다고 안교수는 지적했다.‘개고기와 문화제국주의’의 저자 주강현 박사는 개고기 논쟁은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사고
의 문화 충돌로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저자는 중국의 호텔급 식당에서 버젓이 수십 종류의 개고기, 뱀, 두꺼비, 자라, 지렁이가 음식화 되고 있는데도 한국의 개고기 문화만 논쟁거리가 되고 있음은 힘없는 마이노리티 문화이기 때문이라 했다.그는 개고기 천국인 중국 광저우를 방문, ‘몬도가네 거리’로 불리는 ‘칭핑스찬’을 답사하기도 했는데 보신탕 애호가인 한인들도 방문한다면 깜짝 놀랄 정도가 될 것이라 했다. 한의사들이 지적하는 효능 근거는 보다 정밀하고 다양하다. 동의보감(허준)에 고기는 오로칠상(五勞七傷)등으로 망가진 몸을 보호하고 원기회복에 특효이며 음경과 음낭은 극도로 쇠약해진 양기를 회복하고, 여성에겐 12종류의 대하까지 치료가 되며, 피는 간질과 난산(難産)에, 머리뼈는 지혈에, 쓸개는 눈을 밝게 하고, 간은 설사에 즉효라 했다. 중국 명나라 본초강목(이시진)에는 동의보감의 효능과 흡사하나 살구씨와 마늘을 같이 먹으면 약효가 없다고 부언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황(누렁이)구신은 해구신 다음으로 대우(가격)를 받고 있다고 한다.지난해 10월 충남 서천군에서 국내 처음으로 전대미문의 개고기 축제가 열렸는데 동물보호단체 회원 100여명이 몰려와 방해를 하는 바람에 난장판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축제의 배경은 지역 전통문화를 살리고 사육 농가의 판로 개척을 위해 관내 10여 업주들이 축제 추진위원회를 구성, 개막했는데 축제기간 음식점 일대는 동물보호단체가 풀어놓은 맹견들이 활보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겁에 질려 거리로 나오지 못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하니 화염병이나 쇠파이프로 파업을 하는 기업의 노조와 진배없어 축제 예정을 3일로 단축해 폐막했다고 한다.

또한 일부 보신탕 음식점들의 큰 무쇠솥을 3개씩이나 가져가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충청도 일원에서는 여름철 머슴들에게 힘을 내라고 수시로 개고기를 먹이고 7월 백중날에는 새경(머슴에 주는 곡식) 이외에 옷 한벌과 다량의 개고기를 사주는 전통이 최근까지도 이어졌으며 서천군을 비롯, 부여, 보령, 청양군 등 상갓집에서는 기르던 돼지와 개를 잡아 문상객들에게 대접하는 풍습이 내려오고 있다. 이는 밤샘하는 조문객들의 건강을 위해 상주의 배려 차원인 고유풍습으로 생각되어지며 보신탕은 개인 음식 취향으로나 민족 전통음식문화로서 85.1%의 국민들이 선호하고 찬성하는 현실이다.

좌우지간 고달픈 이민생활에 더위 계절이 올 때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보다 더 보신탕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며 머지않아 중국 광저우성 칭핑스찬 거리를 방문할 기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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