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인종차별의 벽

2006-08-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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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호(취재1부 기자)

‘인종의 전시장’으로 불리는 뉴욕시에는 수많은 인종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뉴욕시지만 다른 지역보다 조금 낫긴 하나 인종차별의 벽이 완전히 허물어진 것은 아니다. 특히 한인들은 백인들로부터는 말할 필요도 없고 흑인, 영어를 아예 못하는 히스패닉계에서까지 인종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미국에 이민온 1.5세는 영어구사가 서툴러, 또 2세는 동양인이란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곤한다. 또 업소를 운영하는 한인들은 고객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맨하탄 108가에 위치한 생선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한 한인이 영어를 하나도 못하는 히스패닉계에게서 ‘치노(chino)’로 놀림당하고 또 ‘미국에 살면서 서반어도 못하냐’는 빈정댐은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한인 1세들은 이같은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인 1.5세와 2세들은 인종차별적 대우를 이겨내기 위해 조금 더 좋은 직장, 차, 집을 소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사람들이 쉽게 대할 수 없는 직종인 변호사 사이에서도 차별의 벽은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다 한다.

미변호사협회(ABA)가 소수계 여성 632명과 소수계 남성 132명, 백인여성 194명, 백인남성 157명의 소속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수계 변호사들은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모든 변호사들이 선호하는 일로부터 제외된 경험이 있는가’, ‘네트워킹할 기회에서 제외된 적은’, ‘인종차별적 언행 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대다수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영화속에 비춰지는 한인들은 대부분 델리가게, 네일살롱 업주나 똑똑하지만 현실감각이 없고 인기없는 학생(Nerd)으로 표현되곤 한다. 또 한국에 대해서 물어보면 한국전을 소재로 제작한 ‘매쉬(mesh)’를 떠올리거나 또는 ‘개발도상국(Third World Country)’으로 묘사되는 사례가 많다. 삼성, LG 등이 한국회사라고 알려주면 ‘농담하지 말라’라며 일본회사가 아니냐고 답하는 이들도 많은 실정이다.

뉴욕시내 수많은 한인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세상의 편견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지만 개개인의 힘으로는 인종차별의 뿌리는 쉽게 뽑을 수 가 없다. 유권자의 권리를 찾고 또 이민자로서의 권리를 찾는 것도 인종차별의 벽을 허무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결국 가장 중요한 모습은 한인커뮤니티가 힘을 모아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중국 커뮤니티의 경우 뒤에서는 욕을 할 수 있겠지만 앞에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이들만이 가진 결속력이 있기 때문이다. 88년 한국에 울려퍼진 아시아나의 노래 가사처럼 우리모두 손의 손을 붙잡고 벽을 부셔야 할때다.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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