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급자족의 본능

2006-08-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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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행(암 전문의)

아직도 지구상에는 자급자족을 못하는 국가들이 많이 있다. 특히 우리 민족, 우리 형제들이 살고 있는 한반도 북쪽에선 그 정도가 어느 다른 나라보다 더 심각해 왔던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개인의 자급자족은 본인이 벌어들이는 것이 쓰는 것 보다 적을 때 일어나고, 가정이나 국가도 이 원칙에 따라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일이다.

원래 농경사회로 시작한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 기후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농사와 왜구의 침략과 약탈, 조공으로 몇 천년 동안 자급자족을 제대로 해 온 적이 없었던가? 의아해 진다.과거 20~30년 동안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자급자족의 아주 높은 벽을 넘어선 남한의 경제는 배고픔을 걱정 안하게 되었다. 오히려 소위 체중조절 음식 섭취 조절이란 행복한 비명의 경지를 이루게 했으나 자급자족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닌 것이다.그저 잘 먹고, 잘 산다고 해서 인간의 욕망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이러다 보니 이 자급자족의 원리가 우리의 건강에 더 절실하게 적용되게 되었다.


말하자면, 자기의 손상된 장기를 자기 스스로 교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이상적이겠는가, 라는 경지에 온 것이다.일부 동물들의 예를 들어본다면 ‘쌀라만더’라는 짐승은 수족이 떨어져 나가면 똑같이 재생이 되고 꼬리, 눈의 렌즈, 망막 및 창자도 재생될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이외에도 어느 생선은 지느러미 척수와 심장의 일부도 스스로 재생되고, 거미도 잃게된 수족이 재생된다는 것이다. 사슴의 뿔도 일부가 손상되면 바로 재생되는데 하루에 2cm 씩 자라난다고 한다.그렇다고 인간은 이런 재생의 기능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니 우리의 간이 손상을 받으면 대개 한달 내에 재생이 되는 사실은 오래동안 알려져온 사실이다.

손상되었거나 병든 장기를 제거하고 남의, 심지어는 동물의 장기를 이용하는 장기 이식은 수 십년간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그 기능의 증진을 가져왔지만 엄청난 공급의 부족으로 장기 매매 암시장이 생겼고 특히 젊은이들의 싱싱한 장기를 비교적 싸게 사서 현지에서 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서양에서 동양으로 자기 생명의 구세주를 찾아가야 하는 현실도 생기게 된 것이다.심지어는 장의사와 공모해서 시체에서 불법적으로 떼어낸 장기를 팔아온 사건도 있었으니 지금 이 시대에 우리는 장기 자급자족이 보다 더 절실하게 되었다.

“찾으면 구할 수 있다”는 옛 말이 있듯이 이제 전세계 과학자들, 특히 ‘줄기세포’ 연구진이 그래도 가장 이상적인 신체 조직 및 장기의 자급자족의 원칙을 본능적으로 찾고 있으며 머지않아 이 본능이 충족될 것으로 믿으며 황우석 교수의 이상향이 충족되어 많은 인류의 신체적 결함을 자급자족으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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