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개혁 때문에 망한 평통

2006-08-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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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부장대우)

뉴욕과 뉴저지 한인들 사이에서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뉴욕협의회가 예전의 명성을 잃고 있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올해로 제 12기를 맡고 있는 평통은 사실 한인사회에서 그동안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지난 20여년간 평통이란 단체가 한인사회에서 비록 인기를 누리지 못했을 지언정 한인사회에서 한인회와 버금갈 만큼 영향력 있는 인사들로 구성돼 왔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평통을 거쳐 간 전직 회장들과 위원들의 명단만 보더라도 평통이 최소한 상징적이나마 뉴욕 한인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단체임을 짐작케 한다. 그토록 한인사회에서 ‘목에 힘 좀 주던 터줏대감들의 놀이터’였던 평통이 지난해 출범한 제12기 때부터 대폭 바뀌었다. 제12기 평통 위원 인선과 관련, 한국의 정부는 ‘개혁’이라는 이
유 아래 위원들의 수를 대폭 줄이고 3선 이상 위원은 인선에서 제외시켰다. 한국 평통 사무처의 이와 같은 결단은 그동안 조직에 대한 참여보다는 목에 힘만 주는 위원들을 제명하자는 취지로 실행됐으리라 짐작된다.
소위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한다’라는 개념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뉴욕평통의 행보를 보면 전진은 커녕 후진만 거듭하는 단체로 전락한 느낌이 든다.


지난해 제12기 출범 당시 뉴욕 평통 임원진은 “동포 사회 화합을 바탕으로 단합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이번 12기에는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가들이 많이 영입돼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자찬했다. 제12기 뉴욕평통 임원진과 위원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과연 지난 1년간 평통이 한인사회의 단합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 전문가들이 많다는데 그 전문가들이 지난 1년동안 평통을 통해 한인사회에 봉사한 일이 무엇이 있는가? 현 뉴욕평통 위원 중 한명은 “위원들의 수는 전에 비해 배가 줄었지만 중심 없이 어수선한 분위기는 전에 비해 배가 늘었다”며 “평통이 아예 뉴욕 한인사회 레이다망에서 사라진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평통은 한인사회에서 비판의 도마에 수도 없이 오른 단체이다. 그래서 평통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평통 무용론’도 그동안 심심치 않게 거론돼 온 것이 사실이다.요즘 뉴욕 평통을 보면 스스로 무용론을 인정하는 것 같다. 이 또한 개혁을 빌미로 한국 정부가 펼친 수없이 실패한 정책 중 하나가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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