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너진 양심이 춤추는 세상인가!

2006-08-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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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현(맨하탄한인회 회장)

지난해 미 남부 뉴올리언스 일대를 폐허로 만들다시피 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의 피해 참상은 이미 알려진 바, 재미 한인동포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주었다.약 4,000명의 한인 피해자 및 2,000여 업소와 1,000여채의 한인주택 등에 엄청난 상처를 안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미역사상 초유의 대재난으로 기록된 만큼 이에 따른 피해 성금 모금운동 또한 활발히 진행되어 기억이 생생하리라 생각된다.

이 재난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기구를 설정, 한인 피해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이상호 위원장이 선임되면서 LA 한인회에서 10만달러, 외교통상부, 그리고 적십자사, 한국 지원금 300만달러가 모금되면서 총 505만달러의 성금이 집계되었다. 이 성금이 어려운 동포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것을 엉뚱한 사람들이 약 100만달러를 유용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또다시 우리 사회가 양심과 도덕성에 못질당하고 있다.
재난지역 성금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충격적인 전미주 재난지역은 물론, 전 한인사회 단체가 도덕성 시비에 큰 파문이 예상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다. 참으로 분노가 치밀다 못해 하늘을 우러러 보기가 부끄럽다.


고질적인 병폐로 치닫고 있는 미주 한인사회의 양심 불감증, 윤리 및 가치관의 실종, 썩을대로 썩고 있는(추락할대로 추락한) 이민사회의 신뢰도, 이런 총체적인 부조리에 자정 능력이 상실된 이민사회에 바램이 있다면 한국정부에서 적극 개입, 유용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우리 이민사회의 총체적인 불신풍조를 바로 잡아 올바른 가치관이 확립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뉴욕동포사회 분위기도 다를 바가 없다. 지나간 옛 일로만 생각하여서는 안될 요즘 우리의 현실을 살필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지난 날 같으면 귀청이 떨어질 만큼 외쳐대겠지만 지금은 누구 한 사람 전파를 통해 울리는 이가 없다. 우리 모두는 삶을 영위하는 동안만은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말고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지 말 것이며, 남에게 욕된 행동을 삼가야 할 것이다.지금 우리의 조국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형체 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집과 전답이 사라지고 없다. 빈곤지역에서는 찜통 불볕더위 속에서 땀으로 목욕하며 아름다운 봉사로 이웃과 삶의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이웃을 외면하고, 외면 당하고 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 한인사회는 시멘트와 자갈, 모래는 많이 있지만 이것을 잘 혼합시킬 물이 없다. 올바른 지도자가 없기 때문에 전 미주를 강타한 재난에 대한 구호성금 100만달러가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어처구니 없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이 소식에 울음을 토하는 자가 있을 것이다.
개인의 파렴치한 야심으로 인하여 이웃을 버리고 따뜻한 이웃과 대화 마저 단절되게 되었으며 사랑을 베풀려 해도 믿음을 주지 못해 베풀 수 없는, 사회를 어지럽게 만든 개인이나 기관이 있다면 가슴에 두 손을 얹고 기도하며 참회하여야 할 것이다.

양치기 소년의 위선적인 언행으로 진짜 늑대가 나타났음에도 속수무책인 상황을 맞는 일은 없을까 두렵기만 한 것은 비단 나만의 우려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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