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욕설의 철학

2006-08-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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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보스턴)

지구촌 어느 곳을 막론하고 사람 사는 곳엔 욕설과 조롱은 있게 마련이다. 언제부터 욕이란 말이 사람들 입에서 난무하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형체만은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하는 울분이나 화(禍)를 다스리지 못한 감정에서 남을 저주하거나 모욕을 주는 것이 욕설이다. 우리 주변엔 안해도 될 욕을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힐난의 욕을 퍼붓고 까닭없이 중상모략을 취미삼아 만들어내는 사람도 볼 수 있다.
우리가 이주해 살아가는 미주 한인사회, 특히 한인들이 많이 사는 대도시 한인사회는 한인들끼리의 욕설 때문에 같은 한인을 만나는 것도 겁날 지경이라고 한다.놀랍기는 욕과는 거리가 멀어야 할 교회 안에서 조차 음해성 욕이 질벅하게 난무해 세상 사람들로부터 교회가 욕듣는 곳이라고 교회 나가기를 기피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세상에서 지은 허물을 덮어주고 감싸주어야 할 교회가 말로는 사랑과 용서, 화해를 외치면서 있는 자와 없는 자가 패를 지어 멀쩡한 사람을 음해하고 모략의 폭력을 일삼는 곳이 미주 한인교회의 실상이라고 머리를 절래절래 흔드는 사람도 있다.욕설에는 개인 감정에서 하는 욕설도 있고 공분(公憤)에서 하는 욕설도 있다. 개인 감정이던 공분이던 욕은 욕일 뿐이다. 사회의 목탁이라고 자처하는 신문이나 방송도 사회의 거울이요, 공기
라는 책임을 잊고 공분이란 명분을 내세워 사회와 특정인을 헐뜯는 욕에 가까운 글을 써대는 일을 쉽게 볼 수 있다.

가관스럽기는 목사라는 신분의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이란 설교에 포장하여 자기를 싫어하는 성도들을 향해 반 협박조의 욕설이 담긴 설교 아닌 설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종교의 근본정신은 사랑과 용서, 화해가 아니냐고 물었을 때 단호한 대답으로 예수도 채찍을 휘두르며 성전을 어지럽힌 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던 일을 모르고 있느냐고 눈을 부라리고 달려드는 목사도 있다.얼마 전, 본국의 어느 방송에서 제작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인권침해 사례를 지적한 방송테입을 보았다.

외국인 노동자 누구 할 것 없이 비인간 취급을 받는 사례 중에서도 개XX, XX놈이라는 욕설과 조롱은 익숙해진 말로 한국사람이 하는 말은 모두가 욕부터 시작하는 말이 아니냐고 체념으로 웃어넘기는 외국인 노동자의 가련한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한국이 인권조사위원회가 밝힌 자료에서도 외국인 노동자의 거의가 욕설과 조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고충은 임금체불 산재 구타 등 다양한 침해를 받지만 그 중에서도 참을 수 없는 것이 욕설과 조롱에 의한 인격 모독이 가장 서럽다고 발표했다.

얼마 전 김대중씨와 북한 김정일간에 합의한 6.15 남북 공동선언 축하 행사가 전라남도 광주에서 개최되었다. 북한대표단 147명은 6월 13일부터 떠나던 17일까지 광주에 머무르면서 한국측이 14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융숭하게 대접한 고마움 보다는 내정간섭의 말과 무서운 공갈 협박의 욕을 퍼부어 놓고 떠났다. 북측 단장인 ‘안경호’란 자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파탄이 나고 핵전쟁으로 남조선이 불바다에 휩싸여 남조선 동포가 전멸될 것이라고 협박을 늘어놓았다. 그는 한나라당의 항의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어대면서 한나라당 개XX들과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떠벌려대고 광주를 떠났다.

그 자는 광주를 떠나기 전 한국측 이종석 통일부장관이란 사람과 광주 학생 독립운동 기념탑을 찾은 자리에서 탁월한 지도자 수령을 모시지 못해 학생운동이 실패했다고 잠꼬대같은 말도 했다.상식을 벗어난 북측 단장이란 사람의 해괴한 욕지거리에 말 한마디 제대로 대꾸하지 못한 이종석 통일부장관이란 사람의 상식과 국가관이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6.15 합의 당사자인 김대중씨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욕설은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욕의 피해자일 뿐이다. 보통사람이나 정치인, 종교인, 학자도 욕설을 하지 않고서는 배겨내지 못하는 사회가 한국사회 흐름이라면 듣지도 보지도 말고 입을 굳게 다물고 사는 것이 욕을 먹지 않는 상책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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