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월남전 회고

2006-08-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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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기(롱아일랜드)

월남전이 끝난지도 30년이 훨씬 지났다. 월남 참전 8년여 동안 한국군은 1,100여 전투에서 5,000명 이상 전사자와 1만여명의 부상자를 내고 끝을 맺었다.

전쟁을 주도했던 미국은 월남의 중요한 경제 동반자로 변신했고 한국도 월남의 중요 수출입국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면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는 냉엄한 국제정치의 변화무쌍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필자는 월남전이 한창일 때 2년간 참전해 월남어 통역과 월남어 교육을 시킨 경험이 있다.


정서적으로 메마르기 쉬운 전지에서 연예인 위문공연과 위문편지를 받아보며 향수를 달래곤 했었다. 마침 친한 친구가 여학교 교편을 잡고 있어서 그의 학생들로부터 자주 편지를 받았다. 그 중 한 소녀는 집안이 유복한지 시집과 수필집도 많이 보내주었고 딴 소녀는 아주 밝고 예리하
며 퍽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표현력이 깨어지기 쉬운 소녀의 맘 조각을 보는 듯 했다.봄 여름에는 형형색색의 꽃잎을 붙이고 가을엔 예쁜 단풍을 수놓듯 예쁘게 넣어 보내줘 상하의 나라에서 고국의 계절 변화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었다.

지금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어리고 어린 소녀들도 환갑줄에 들어선 할머니들이 되었을 것이니 무상한 세월이 많이, 그리고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작년에 노무현대통령 이름으로 공로 표창장과 함께 매월 보상금(적은 액수지만)이 붙어오고 있다. 한국정부가 참전군인들을 배려하고 인정해줄 만큼 여유가 생기고 성숙해진 것, 고맙고 대견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아는 다른 분들은 그런 혜택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어서 알려줘 받게되는 것을 보면서 왜 공고를 해서 다 알게하지 않고 아는 사람은 찾아가고 모르면 그만인 그런 행정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미국 참전용사 중 고엽제 피해보상자는 보상받는데 왜 한국군은 제대로 받질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 광주사건, 거창사건, 제주사건 등도 거슬러 올라가 보상하면서 나라의 부름받아 싸우다 병 얻은 용사들을 왜 그렇게 소홀 내지 무관심한지 모를 일이다.

6.25 때 전사한 미군 유해까지도 많은 돈을 들여 찾아오는 미국, 한 두사람 납치된 군인을 위하여 전면전도 불사하는 이스라엘, 납치된 민간인 때문에 모든 것 거는 일본을 보면서 무수히 납치된 민간인과 억류된 군인들을 거론도 못하고 눈치보며 퍼주기만 하는 정부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월남전이 끝난지도 많은 세월이 지나 파란 나이의 용사들이 인생의 항혼길에 접어들었다. 나라를 위해 젊음을 전지에서 보내며 위험을 겪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당한 그들을 잘 처우해 주는 것이 곧 나라의 기강을 세우고 후세들에게도 좋은 본을 보여주는 일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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