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위를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들

2006-08-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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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옥(전 고교 역사교사)

낭만적 학창시절, 소원 하나가 눈 덮힌 킬리만자로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잊은 채 시간은 흘러 이제는 눈 없는 민둥산으로 추해진 그 산 사진을 보고 속상해 한다.‘꿩 대신 닭’이라고 북미의 최고봉 맥킨리산의 눈을 대신 밟아보기로 하고 가까운 친우, 가
족들과 미루던 알라스카 여행을 서둘러 떠났다. 더 머뭇거리다간 지구 온난화로 눈 덮힌 명산이라곤 영 볼 수 없게 될 것을 염려해서다.

오염되지 않고 잘 보존된 광활한 알라스카는 말 그대로 ‘별유천지 비인간’의 세계였고 그 아름다움은 자연과 떨어질 수 없는 나 이외의 모든 것을 잊게 했다. 또 외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고용인들은 하나같이 젊고 친절하고 우아했다.여행중 연일 내리는 비로 인해 맥킨리 정상의 눈을 끝내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예전 크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빙하로 덮혀있는 장관을 여기 저기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손질이 잘 된 ‘우림공원’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연중 300일이 비오는 날이라니 그렇게 불려질 만도 하다.한 산 전체가 개인소유의 땅으로 우림공원이라기 보다는 자연과 인공미가 조화된 식물정원이다. 뉴욕일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화초들인데도 훨씬 더 아름다워 보였다.
젊은 안내원은 관광객을 카트에 태우고 가파른 산등성을 휘저으며 설명에 끝이 없다. 굵어진 빗방울이 물줄기를 이루더니 비포장길을 깎아내어 카트가 요동이 심해진다. 장화에 비옷을 입은채로 구루마의 흙을 퍼내 길 고치는 인부가 시계에 나타날 때 쯤 일행은 산마루 중턱을 내려가고 있었다.

“파진 길을 고치고 있는 저기 보이는 사람은 이 공원 주인이지요. 길이 나빠져 관광객이 불편을 느낄 때면 직접 연장을 들고 나와 길을 고친답니다. 직접 나무도 심고 꽃도 가꾸는 주인이면서 훌륭한 피고용인이지요”
우리를 보내기 위해 일손을 멈추고 서있는 그의 앞을 지나면서 가까이 본 그의 손은 공사장 석공의 손, 바로 그것이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직접 가꾸는 이런 사람들이 있어 지구는 아직 우주 속의 아름다운 한 별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그가 우리 주위를 가꾸는 사이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자연을 파괴하고, 사람을 죽이는 미치광이 짓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한쪽은 자신의 신만이 위대하다 하고 반대쪽은 자신들만이 신의 선택을 받았다며 죽기 살기로 싸운다. 인간들이 싸우길 망정이지 그들이 믿는 신
들이 맞붙어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여행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성전 주위에 잔디 깎고 꽃 한 포기 심은 적 없이 쓰레기와 한글간판으로 뒤덮힌 보기 역겨운 교회 앞 내 집일 망정 돌아가야 한다. 내 손길이 닿아있는 아담한 정원에서는 계절 따라 꽃 피워 대화를 목마르게 기다리는 초목들이 반겨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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