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성숙치 못한 한인들의 투자 행태

2006-08-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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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

지난 3~4년간 뉴욕 일원 한인사회에는 그야말로 부동산 열풍이 몰아쳤다. 어떤 특정 지역에 관계없이 상용이든 주거용이든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불과 1~2년 새 2~3배까지 급등해 거래된 매물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우리사회에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나 통용될 법한 ‘묻지마 투자’라는 단어가 유행될 정도로 우선 사놓고 보자는 식의
앞뒤 재지 않는 주택이나 건물 구입이 줄을 이었다.

부동산 활황을 타고 발 빠르게 시장에 뛰어들어 갑자기 돈 방석에 오른 부동산 투자자들은 화려한 스팟 라이트를 받았다.
오히려 밤낮을 모른 채 열심히 일하면서도 장기불황 탓으로 렌트 낼 걱정을 해야만 하는 소상인들이나 일반 직장인들은 더욱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올들어 몇 년 전부터 제기돼 오던 ‘부동산 가격 거품의 제거로 급랭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되며 그간 부동산 투자에 몰두했던 사람들은 점차 불안한 표정으로 바뀌고 있다.뒤늦게 ‘홈 오너’나 ‘랜드 로드’가 된 사람들 중에는 금리가 급등, 모기지에 대한 월 지불액이 치솟으면서 이를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1~2년 전에 구입했던 건물을 본전은 커녕 헐값에 시장에 내놓고 있다는 얘기도 벌써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부동산 시장 과열과 급랭이라는 극단적 변화를 겪으며 지난 1999년과 2000년 한인사회를 한바탕 시끄럽게 했던 주식투자로 인한 피해가 재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당시에도 수익률 환상에 이끌린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면서 하루 아침에 전 재산을 탕진하고 낭배를 본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심지어는 손해를 본 투자가들 중에는 증권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는 아이러니컬 한 상황도 연출되기도 했다. 투자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전체 한인경제 발전이란 차원에서도 크나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부동산이든 증권이든 막연한 환상을 좇아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투자 행태에서 벗어나 좀 더 냉정하고 진지하게 분석할 줄 아는 성숙된 투자 자세를 갖춰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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