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전기를 아껴 쓰게 됐다

2006-07-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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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내가 사는 아파트는 5일 만에 전기가 들어왔다. 사람들은 ‘파워’(Power)가 들어왔다고 한다. 전기를 파워라고 부른다. 전기 없이 4박5일 동안을 살아보니 전기의 힘이 파워가 아닐 수 없다. 파워는 힘을 가리킨다. 전기는 힘이다. 전기를 발명해 낸 에디슨, 대단한 인물이다. 문명은 파워
다. 문명의 하나인 전기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런데 이번 정전사태로, 전기를 공급하여 돈을 버는 ‘콘-에디슨’전기 회사는 ‘에디슨’의
명예스런 이름에 불명예스러움을 안겨 준 것 같다. 이번 정전사태는 예고된 사태라 하기에 그렇다. 전력 공급이 늘어감에 따라 전력수송시스템도 재설 확충 조정 되었어야 할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고 한다. 미리미리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뉴욕시 퀸즈 지역의 전기 복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에서도 1만6,000 여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한다. 전기가 끊긴 그 곳의 주민들. 또 얼마나 불편함을 겪어야 할까. 이렇게 가다보면 또 언제 어느 곳에서 전기가 끊길지 시정부의 졸속 정책과 전기회사의 사전 예방 못함이 원망스러워지기도 한다.전기가 없으니 모든 것이 중지되는 듯싶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듯하다. 아무것이란 말 속에는 일상의 생활이 포함된다. 일상의 생활이란 의식주를 말한다. 의식주 생활 중에 전기가 끊긴
상태가 되니 당장 식이 곤란해진다. 식은 먹는 것으로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다. 냉장고의 파워가 나간 후 3일 만에 냉장고는 깨끗해졌다. 쉰 음식, 상한 음식을 다 내어버리고 나니 깨끗해 질 수밖에. 오랜만에 냉장고를 잘 청소했다.


주는 집을 말한다. 집은 생활공간이다. 생활공간으로서의 집은 사람이 잠만 자는 곳은 아니다. 문화생활을 공유하는 곳이 집이다. 예를 들어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 촛불 아래서 열심히 책을 보려 하나 오래 볼 수가 없다. 컴퓨터가 들어오지 않으니 학생들은 공부가 불가능하다. 생활이 엉망이다. 골프를 좋아하던 사람들. 타이거 우즈가 우승한 지난 주말, 브리티시 오픈을 단 한 장면도 보지를 못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음악을 들을 수가 없다. 주택으로서의 역할이 잠자는 곳으로만 전락된 지난 주말이었다. 더운 여름날, 에어 콘을 켜 놓고 시원하게 잠을 자는 곳이 아니
라 땀을 뻘뻘 흘리며 고문을 당하듯 잠을 자야했으니 주, 즉 문화적 생활공간으로서의 집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여하튼, 이번 정전사태로 전기가 일상의 현대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전기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전기가 없었던 시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집이 없는 홈리스들은 또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해진다.
파워, 즉 전기가 다시 들어 온 후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 전기를 아껴 쓰게 됐다는 것. 전에는 부엌의 전등을 끄지 않고 켜 놓는 때가 많았다. 이제는 그게 아니다. 필요한 전등 외에는 끄게 되었다. 에어 콘 전기도 상당히 아끼게 되었다. 적당히 더운 것은 그냥 참아나가기로 한다. 한 집에 한 등만 절전해도 100만 가구면 100만 등이 절전된다. 엄청난 양이다.
이번 정전사태 중 어떤 곳에서는 주민들이 협력하여 미리 전기를 아껴 정전이 되지 않았던 곳도 있다고 한다. 정전 사태 정보를 미리 알아 그렇게 준비했다고 한다. 정보가 어디서 나왔건 주민들의 사려와 협동이 반영된 아주 좋은 케이스다.

이번 사태로 큰 것 하나를 발견했다. 한국 김치가 최고 반찬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다른 반찬들은 모두 쉬거나 상해서 버려야만 했다. 그런데 배추김치를 포함해 깍두기김치는 버리지 않아도 됐다. 쉬어 꼬부라진 배추김치. 쉬다 못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깍두기김치. 이 둘을 살짝 씻어 한데 부어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온 식구가 여러 끼니를 때웠다.

조류독감이 한국에서는 기를 못 편다 한다.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의 김치 식문화 때문이라 한다. 김치가 주 반찬 중의 하나인 한국 사람들. 따로 요구르트가 필요 없다. 발효식품인 김치가 요구르트를 대신한다. 김치 종류를 많이 먹으면 조류독감에 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식품 과학적
으로도 판명이 됐다고도 한다. “내가 전기료 내고 내 마음대로 쓰는데 무슨 상관이야!” 아니다. 앞으로 이런 정전사태가 또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주민들은 전기를 아껴 쓰는 한편 전기회사는 전기 과잉공급에 따라 사전정비를 미리미리 해 나가는 길이 좋은 예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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