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오늘과 현명한 투표

2006-07-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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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형(아팔라치안대 명예교수)

“부시는 미국대통령 가운데 최악(worst)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거야” “지금 이라크 참전 군인들 중 우울증에 걸린 친구들이 수없이 많다는군” “그 가운데 자살하는 군인들이 많다는군” “이런 통계는 아예 밝히지도 않고”이것은 엊그제 수영장 탈의실에서 70대의 두 은퇴자들이 나눈 대화의 일부분이다. 현재 미국의 큰 고민거리인 이라크전쟁의 오늘을 보여주는 말이다.

이라크 선제 공격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이라크 공격 2주 전인 2003년 3월 초에 나는 어떤 모임에서 이라크 공격은 미국이 기름통을 등에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짓이라고 말한 적이있다.그 때 UN 안보리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안을 승인하지 않았고 강대국들은 영국만 제외하고 이라크의 핵무기 보유나 개발 등을 다시 철처히 조사한 뒤에 결정하자고 했다. 미국의 주된 공격 명분이었던 이라크의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개발이나 보유는 공격 이후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 후 미국은 전쟁의 명분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만들기에 급급했고, 후세인 타도 이후의 이라크 평정에 대한 확실한 정책이나 대안을 전혀 마련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저항세력들의 테러로 미국과 연합군, 그리고 수많은 이라크인들은 계속 희생되고 있다. 지금 현재 2,600명 가까운 미군이 희생되고 2만명 가까이 되는 미군이 부상 당했다. 군인과 경찰과 민간인을 포함해서 수만명의 이라크인들이 희생되었으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최근 급격히 악화된 중동사태와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 중남미의 좌경화, 인도와 중국의 세력강화 등 심각한 국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미국이다. 국내적으로 누적되는 연방적자 외 무역적자, 날마다 치솟는 개스값 등 심각한 경제문제가 미국을 불아하게 한다.
2001년 초 부시는 클린턴 정부로부터 무려 3,050억달러의 거대한 연방흑자 예산을 물려받았으나 얼마 전 7월 12일에 발표된 연방정부 예산은 3,20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약 3,000~4,000억 달러로 추정).

이래저래 부시를 대통령으로 만든 미국인들은 불안한 오늘에 살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부시는 대통령 권한을 남용하여 일부 시민들의 전화를 법적 절차 없이 도청할 수 있게 했고, AT & T의 협조를 받아 어떤 시민들의 통화내용은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부시는 현재의 법 테두리에서는 위급한 상황에서 국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없어 부득이 취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런 조치는 미국의 건국이념인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 국민의 사생활 보호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230년 전 독립선언서를 발표했던 미국 선조들의 이념은 퇴색되고, 국제적으로 또 국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는 오늘의 미국이다.이런 상황의 대부분은 우리가 우리의 지도자와 대표자를 잘못 뽑았기 때문이다. 선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이제 많은 선거에서는 많이 투표하는 것 못지 않게 교묘한 선거술책에 넘어가지 않고 후보자를 바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투표장에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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