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술인생

2006-07-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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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은퇴목사)

예전에 어느 미술가 한 사람이 무고한 오해로 인하여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미술가는 비록 감옥살이를 하고 있었으나 평상시와 다름 없이 계속하여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교도소 직원에게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도구 일체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였
다.부탁을 받은 교도소 직원은 붓과 물감만을 가져다 주었을 뿐, 그림을 그릴 종이나 천은 주지 않았다.미술가가 다시 부탁을 하자 교도소 직원은 줄만한 종이나 천이 없다면서 거절하자 미술가는 무엇이라도 좋으니 그림을 그릴만한 것을 달라고 하였다.

교도소 직원은 뜨락에 굴러다니던 걸레를 가져다 주면서 “당신이 그렇게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이 걸레에라도 그려보시오”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걸레를 내던져 주었다.미술가는 걸레를 받아서 조심스럽게 펴 놓고는 깊은 명상에 잠겼다. 한참동안 묵상을 하고 난 예술가는 그 걸레 위에 사람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하였다.걸레 위에 그려진 얼굴은 예수의 얼굴이었다. 그 후에 그 그림은 널리 알려져 유명한 성화(聖畵)가 되었다고 한다. 걸레 위에 그려진 예수의 얼굴!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 인간의 심령은 죄로 인하여 더럽혀지고 망가져 버린 걸레와 같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같은 걸레일 지라도 그 위에 예수의 형상이 그려진다면 아주 고귀한 존재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막달라 마리아는 일곱 귀신에 접하여 버림받은 여인이었으나 예수를 만나 그를 영접한 후 고귀한 여성이 되었다.


인생살이가 무엇인가? 일생동안 자기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며 살아가는 “예술 인생”인 것이다. 제각기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을 다 살고난 후에는 자기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 하나를 남겨놓고 이 세상을 떠나가는 것이다.별치 않은 인생을 살고 간 사람도 장례식 때 보면 이런 저런 없는 말까지 꾸며서 미사여구로 극구 찬양함은 또 하나의 웃지 못할 인간 촌극이니 가히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격이다.그러나 나의 인생 예술품이 걸작인지, 졸작인지는 생명의 근원이신 절대자만이 판단하신다는 사실 앞에 겸허하게 옷깃을 여며야 할 것이다.내가 남기고 떠난 나만의 초상화 위에 그리스도의 형상이 드리워진다면 이는 필시 걸작품이라 여겨질 것이다.

단 한 번 뿐인 인생, 과연 어떻게 살아서 어떤 초상화를 남길 것인가?
“나의 자녀들아, 너희 속에 그리스도의 형상이 이루기까지 다시 너희를 위하여 해산하는 수고를 하노라!”(갈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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