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정일의 불꽃놀이

2006-07-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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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지금 한국에는 많은 친북 성향의 사람들이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이들의 위태위태할 정도의 친북 자세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남한의 적화는 이미 완료되었는데 통일이 아직 되지 않았다”고 자조적인 우스개를 하고 있다.

최근의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사건은 온 세계가 우려하고 있고 UN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전원 찬성으로 의결할 만큼 심각한 사태이다. 그런데 정작 이런 도발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 당사국인 한국이 의외로 그 반응이 미미한 것을 보고 세계는 다시 한 번 놀라워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던 날 일본의 모든 TV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이 사태를 뉴스 급보로 방송할 만큼 중대한 사태로 취급했다. 반면에 이 사태를 가장 두려워할 것으로 생각해왔던 한국은 오히려 이를 짤막한 단편 뉴스로 취급하고 계속해서 월드컵 축구 중개를 계속했다고 보도하면서 한국의 이런 태도를 오히려 큰 뉴스로 취급하고 놀라워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시험은 대포동 2호 미사일이 그 사정거리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미국이 더 요란한 반응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들의 모든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들어 있는 한국이 그 직접적인 도발 당사국이란 것은 재론의 여지조차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사태가 벌어진지 열흘이 넘도록 북한에 대한 성토나 입장을 밝히는 말 한마디 없었다. 더더욱 세상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은 친북 성향의 몇몇 정치인들이 이번 사태에 오히려 마치 북한 김정일의 대변인인 듯한 북한을 두둔하는 성명을 내놓고 있는가 하면, “일본이 과잉 대응한다”며 오히려 일본을 비난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래서 그야말로 ‘적화는 이미 완료되었다’는 사태를 실감하게 한다.

북한의 이번 시험발사는 작년 9월 6일 자 회담의 무기연기 이후 미국이 취한 제반의 경제 제재 조치에 반발하여 미국과 직접대화를 모색하는 또 하나의 벼랑 끝 술책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이 미사일 발사 강행 이후에 미국 내 대 북한 온건파 중에서 직접대화를 권유하는 여론이 나오기 시작한 것을 보면 당장 김정일이 노리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정작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은 이런 직접적인 효과 이상으로 아마 김정일마저도 기대하지 않았을 만큼 대단한 부수 이득이 뒤따라 나타난 데에 있다. 그것은 바로 그 도발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이 취하고 있는 멍청이 같은 태도이다.

한국정부나 정치인들의 반응에 실망하고 놀란 미국과 일본은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재고하기 시작했고 공조가 깨어지고 있으며 이제 한국은 우방으로부터도 왕따를 당하고 있다. 이것은 김정일이 얻은 예상 이상의 수확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는 그야말로 김정일에게는 무기 실험이 아니라 신바람 나는 불꽃놀이가 되어버렸다. 한국은 그 불꽃놀이의 화염이 끝내는 나를 삼키려는 불꽃인줄 모르고 박수를 치고 있는 멍청한 구경꾼이 되어 있다.

이런 한국의 터무니없는 반응에 국내외의 비난이 쏟아지자 겨우 한국정부가 내 놓은 조치로 북한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식량 지원을 보류한다고 발표하자 북한의 즉각적인 반응이 “앞으로 이산가족 재회 프로그램을취소한다”며 이산가족의 아픔을 인질로 삼아 공갈에 나서고 있다. 영락없는 조직 폭력배들의 행세 그대로이다. 동족의 어려움을 도와준다는 휴머니즘이라는 이름아래 퍼주기를 해온 한국의 원조가 이번의 미사일 발사에도 필요한 자금으로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한국은 이제 ‘제 손으로 제 눈 찌르는 짓’을 그만둘 때가 되었다. 한국은 이제 북의 또 다른 인질 놀음에 놀아나지 말고 북이 남북공조의 참 뜻을 이해하고 이에 상응하는 행동과 참회의 뜻을 보여주지 않는 한 모든 원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금강산 관광 따위의 퍼주기 식 행태들을 모두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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