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이런 사람이 무슨 교육을 할까

2006-07-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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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얼마 전 이 오피니언 란에 낯뜨거운 일이 발생했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관해 두 사람의 글이 나란히 실렸는데 그 내용의 3분의 1 가량이 거의 똑같은 것이었다. 어떤 부분은문장의 토씨까지 똑같았으니 분명히 베껴 쓴 글이 틀림 없었다. 두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글을 베꼈든가 아니면 제 3자의 글을 두 사람이 베꼈든가 두 가지 중 한 가지였을 것이다. 이 글을 대조해 보지 못한 것이 담당자의 실수이긴 하지만 이름깨나 있는 명사들이 쓴 글이 이런 엉터리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신문이나 잡지, 학술지, 저서 등에서 이런 표절사건이 가끔 발생하여 말썽이 나는 수가 있다. 남이 써놓은 좋은 내용의 글을 그대로 베껴 써서 자기의 이름을 붙여 기고를 하는 칼럼니스트도 있다. 이름깨나 난 사람들도 그런 짓을 버젓이 한다. 특히 외국가요를 표절한 가요나 남의
인기 드라마 내용을 표절한 드라마로 말썽이 일어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남의 글을 표절하여 자기의 것인양 속이는 것이 잘못인 것은 글이란 창작이기 때문이다. 글 속에 들어있는 생각과 그 표현은 글을 쓴 사람의 독특한 산물이다.그 글에다 자신의 이름을 붙일 때는 이 세상에서 동서고금을 통해 그 글을 쓴 사람은 그 사람 뿐일 때이다. 글 속에서 남의 글을 쓸 때는 반드시 어디서 인용했다는 설명이 있어야만 한다. 학문적 논문이나 서적에서는 주석을 달아 누구의 어떤 책, 어느 항목에서 인용했는지를 분명히 밝힌다.


지금 한국에서는 부총리급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표절 시비로 시끄럽다. 그가 교수로 재직하던 때, 제자의 논문과 비슷한 내용을 자기 이름으로 학술지에 발표했다는 것이며 또 교육부의 연구비를 받고 동일한 논문 두개를 연구실적으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교육부장관인 사람이 이 정도라니 어이가 없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로 있으면서 자기의 논문에 제자의 학위논문에 있는 조사 자료를 그대로 갖다 썼고, 논문 제목도 거의 같은 것이 있고 같은 내용을 표현하면서 어순만 조금 바꾼 곳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논문을 1987년 12월에 발표했고 제자
는 두달 후에 논문심사를 통과했으니 제자의 논문을 미리 본 그가 내용을 표절해서 먼저 써버린 것이라는 사실은 숨길래야 숨길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불거지자 그는 먼저 쓴 논문이 어떻게 나중 나온 논문을 표절하느냐는 논리를 폈다. 그러다가 일부 자료는 썼지만 논문의 방향과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연구비를 받고 같은 논문 2개를 연구실적으로 낸 사실은 시인했다. 그러나 그것도 실무자의 잘못으로 그렇게 된 것이며 자기가 확인을 못한 것이 잘못일 뿐이라고 했다.

이런 논란 속에 교육부장관으로서 자질 문제가 거론되어 그의 사퇴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그 자신은 물론 청와대도 사퇴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발표는 “논문 표절문제는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고 논문 중복 원고는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충분히 설
명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교육부장관에 앉혀놓은 그 책임이 얼마나 큰 줄도 모르는 후안무치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하기야 청와대에 앉아있는 그 사람이야말로 그 누구를 탓할 수 있는 사람 조차 될 수 없는 인물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런 사람이 교육부장관으로서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니 앞으로 그 교육이 어떻게 될까. 학생들이 시험 때 커닝을 해도 할 말이 있을까. 교수들이 남의 이론을 자기의 연구로 둔갑시켜도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쓸만한 인재들은 모두 어디 가고 이런 사람들이 모든 분야의 윗자리를 차고 앉아서 나라를 말아먹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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