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몽구 회장의 석방

2006-07-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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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건용(커네티컷)

월드컵 16강에 오르지 못한 한국 축구팀이 섭섭하였다. 그러나 2006년 독일월드컵의 자동차부분 독점 후원업체인 현대자동차의 TV광고를 보면서 나는 한국사람으로서의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각 나라 선수들을 수송하는 버스 32대를 비롯하여 모두 7개의 모델, 총 1,250대의 차량을 지원하면서 10억달러의 후원금을 제공한 것은 비록 세계를 상대로 한 마케팅으로 16강 전의 광고 효과만도 약 7조원에 달하였다니 국가적인 이미지를 생각할 때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세계적인 큰 스포츠 행사 개막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영어(囹圄)의 몸으로 근 2개월간의 감옥생활을 한 후 보석으로 석방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이를 환영하였다.지난 4월 22일 조카손녀가 노스 캐롤라이나주에서 결혼을 하여 내려갔을 때, 조지아주에서 올
라온 신랑의 사촌동생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기아자동차 회사가 웨스트포인트(West Point)에 생산공장을 건설한다고 하여 주민들이 무척 기뻐한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나는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다시 한번 갖게 되었고 정몽구의 현대기아자동차 회사가 자랑스럽기만 하였다.

그 옛날 6.25사변 당시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정부 고관, 또는 군장성들만이 타고 다니던 낡은 미군 짚(Jeep)차를 개조한 네모 반듯한 차량들이 머리에 떠올라 감개무량하였다. 6.25를 겪으면서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서 시작한 한국경제가 반세기라는 짧은 기간을 거치면서 오늘
의 한국을 만들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정상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어찌 자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정몽구 회장의 비자금 조성을 잘 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서 정치인의 부정과 그리고 정치인의 비자금 조성의 행위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이 밀접하여 서로 동격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오늘날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전두환대통령 시절에는 수시
로 조찬회라는 명목으로 경제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인 후 수백억원, 수천억원의 자금을 걷어들여 치부한 사실은 만인이 다 알고 있다.

정치자금을 헌납한 총수들이 과연 “대통령에게 100억원 헌납”이라는 명목으로 회사 장부에 기록할 수 있었겠는가? 이러한 자금이 곧 비자금인 것이며 비단 정몽구 회장 뿐만 아니라 모든 총수들은 이같은 비자금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하였고 현재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과 두산그룹도 비자금 조성 혐의가 있었으나 이들의 총수들을 구속하지 않고 온건한 처벌을 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법과 원칙’이라는 명목 아래 경제인협회를 비롯하여 수많은 단체들이 불구속 수사를 탄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은 정몽구 회장을 전격 구속하여 희생양(Scapegoat)을 만들었다. 2004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대선자금 수사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 현대자동차가 정치자금으로 한나라당에 100억원을 제공하였으나 우리당에는 겨우 6억6,000만원을 제공하였다니 노무현이 언제인가는 현대차를 아니 정몽구를 혼내줄 것은 국민들이 이미 예측했던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가 한국 및 세계경제에 미치는 그 기여도는 엄청난 것이며 조지아주 이외에도 중국과 체코에 계획한 생산공장 설립의 지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비단 정몽구 개인 뿐 아니라 한국 국가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도주할 우려가 없는 피고
인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는 것을 법과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정몽구 회장의 구속은 곧 우리 대한민국이 올바른 민주주의 정치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온세상에 전시한 것이 되었다. 노무현 자신은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모든 처사를 객관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정몽구 한 사람과의 감정을 주관적으로 처리한 것을 온 국민에게 선포하여 오히려 대통령으로서의 명성을 실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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