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미국과 북한의 한국 뺨 때리기

2006-07-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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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취재1부 부장)

한국이 연일 북한에서 왼쪽 뺨을 맞고 미국에서 오른쪽 뺨을 맞고 있다.
김대중 정권 당시부터 시작된 소위 ‘햇볕정책’과 노무현 현 정권의 ‘포용정책’이 결국 한국을 미국과 북한의 동네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김대중 정부 이후 올해까지 9년(1998~2006년)간 남북사업으로 모두 7조3,000억원을 북한에 지원했다.

한국으로부터 이러한 지원을 받은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는가 하면 지난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단,중,장거리 미사일들을 발사했다. 나름대로 ‘불꽃놀이’로 한국의 왼뺨에 일격을 가했다.
비록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실패작으로 평가됐으나 미국은 북한을 강하게 제재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외교 전면전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편을 들어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고 온갖 당근과 채찍을 내세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시켜 만장일치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켜 한국의 오른뺨을 때렸다. 미국은 그것도 부족해 이란과 시리아에 적용하는 엄격한 제재 조치를 북한으로 확산 적용토록 하는 법안을 연방 상하원에 잇달아 상정,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을 비롯한 북한의 돈줄 차단에 나섰다. 미국은 이같은 입장을 한국에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을 한국에 파견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이같은 분명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남북대화나 사회문화교류,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사업과 개성공단사업, 금강산관광사업 등 일부 남북경협사업은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북한에 대한 짝사랑인 ‘포용정책’에 변함이 없음을 선포한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한국의 이같은 발표를 한 하루 뒤 이산가족 상봉행사 전격 중단을 선언해 한국의 왼뺨을 또 다시 갈겼다.이어 미국은 헨리 하이드 연방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20일 ‘미무역대표부’(USTR) 2인자를 의회 공청회에 출석시켜 한미 FTA에 ‘개성공단’을 포함시키지 말라며 이를 포함시키면 한미 FTA를 의회가 승인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전했다. 한국의 오른뺨을 두 번째로 올려 부쳤다.이제 한국은 북한에게서 세 번째로 왼쪽 뺨을 맞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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