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퍼’망언과 1942년에 있었던 일

2006-07-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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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프린스턴 신학대학원 석좌교수)

지난 7월 5일, 메릴랜드 주 감사원장이 어느 공식석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을 벌하기 위해 메릴랜드주 한인학생들에게 ESL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망언에 분노하여 많은 한인, 그리고 다른 소수민족 단체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 사건은 1942년에 있었던 재미 일본계 주민들을 향한 인종차별적 미국의 정책을 연상케 한다.

1942년 8월 7일, 2차대전 진행중 미국정부는 미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계 미국시민들과 영주권 소유자 12만명을 적군의 나라와 관련된다고 하여 강제로 철거시켜 미국 서부에 있는 수 개의 수용소에 죄인들처럼 가두어 두었다가 전쟁이 끝난 후에 풀어주었다.
물론 미국 시민권 소유자들이고 법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일본계 주민들을 이렇게 철거시킨 것은 완전히 미국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리고 미국이 그 당시 독일과도 전쟁을 하고 있었지만 독일계 시민들을 철거시키지는 않았다. 완전히 피부색깔에 의해서 사람 취급을 달리 한 인종차별적 행위였다.


많은 일본계 시민들의 노력끝에 비로소 1976년 2월 19일에 제랄드 포드 대통령이 일본계 시민들을 향해 1942년에 있었던 일은 잘못된 일이라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생존하는 가족들에게 2만5,000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였다.일본사람들을 적군이건, 미국 시민이건 꼭같은 유색인종으로 보는 인종차별적 사고방식은 오늘도 살아있다. 미국과 한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쏴대는 김정일 정권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인학생들을 다 한 무더기로 보는 시각은 1942년과 지금과 다를 것이 없다.
만일 미국과 북한이 전쟁이라도 하게 된다면 새퍼 위원장은 미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학생들과 한인 시민들과 그리고 영주권 소유자들에게 다 ‘벌을 주자’고 주장할 것인가? 심하면 강제로 철거시켜 수용소에라도 가둘 것인가?

물론 새퍼 감사위원장이 꼭 이 정도로 행동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퍼의 인종차별적 망언은 우리 소수민족 미국시민들로 하여금 1942년 사건을 연상할 수 밖에 없게 하고,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려나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우리의 현실을 새퍼 위원
장은 알아야 한다.그에게 이것을 지적해주는 것은 미국에서 세금을 내는, 또 미국을 아끼는 시민들로서 마땅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한인단체들과 소수민족 단체들은 계속하여 어떤 이해가 성립될 때까지 새퍼 위원장과 대화해야 하며, 특히 하나님의 정의를 부르짖는 기독교 단체들은 이 일에 힘을 합하여 ‘법 아래서 동등’이라는 원칙을 실천하는 좋은 미국을 건설하는 일에 동참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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