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새퍼’망언, 그대로 둘 수 없다

2006-07-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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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망언을 했던 도날드 새퍼 메릴랜드 주 감사원장이 끝내 사과할 용의를 보이지 않고 있어 한인들을 분노시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새퍼 감사원장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북한을 벌하기 위해서는 한인학생들에게 ESL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함으로써 야기된 것이다.

새퍼 감사원장은 더욱이 이를 항의하기 위해 방문한 한인 지역 단체 대표들에게 사과는 커녕,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여 한인들을 더욱 격분시키고 있다. 새퍼 감사원장은 “노스 코리아에서 노스를 뺀 것이 뭐가 문제냐”, “항상 한인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공연한 말실수 하나에 왜 그렇게 요란하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나는 절대 사과할 뜻이 없다” 라며 자신의 말에 시종일관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퍼 감사원장은 메릴랜드 주 지사와 볼티모어 시장을 여러 차례 지낸 바 있는 정치인이자 고위급 공무원이다. 그런 인물이 그 지역에 사는 한인인구만 해도 20만명이나 된다는데 한국이 남북한으로 갈라진 현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
니없는 일이다.더구나 모른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설혹 몰랐다 하더라도 이를 사과받기 위해 찾아간 한인단체장들에게 계속 자신의 한 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은 더 더욱 납득이 안 가는 일이다. 이런 사람을 정치인으로 그냥 놔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정치무대에 그가 더 이상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한인사회는 오는 9월12일 치러지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그가 당선되지 못하도록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그에 대한 낙선 캠페인을 벌여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결코 소홀히 넘겨서는 안 된다. 북한과의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거론될 상황이고 그 때마다 한인들이 도매금으로 넘어간다면 미주에 사는 한인들의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질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인식이 북한과 남한을 똑같이 취급할 경우 미국인들은 우리 한인들을 절대 좋게 볼 리가 없다. 그렇게 되면 한인들의 설 땅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메릴랜드 한인사회 뿐 아니라 미주지역에 사는 한인단체들이 연합, 새퍼 감사원장으로부터 공식사과를 받아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그대로 넘어가면 이러한 사태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새퍼 감사원장의 망언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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