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탈북자 도울 준비 돼 있는가

2006-05-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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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요즘 TV에서 방영되는 한국드라마 좥서울 1945년좦이 시청자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 것은 왜정시대, 그리고 해방 전후 우리나라와 미군, 일본과의 관계에서 빚어진 우리 국민의 뼈아픈 역사가 리얼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나라는 동족
이 동족을 미워하고 죽이고 또 이간질함으로써 피로 얼룩진 동족상잔의 비극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의 이러한 역사는 일본에서도 조총련계와 거류민단 사이에 생긴 동족간의 비극이 반세기가 넘도록 갈등을 일으키며 복잡 미묘하게 이어져 왔다. 현재 LA나 뉴욕 같은 미국 동서부지역과 캐나다 등에도 북에서 자유를 찾아 전향한 소수의 북한인들이 살고 있는데 이
들을 중심으로 한 동족간 알력은 지금도 보이지 않게 계속되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비공식적으로 중국과 제3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 수는 대략 30만명이라고 한다. 북한인들은 지금도 기회만 있으면 자유와 식량을 찾아 계속 탈출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대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북한 인권법안 통과 후 인권보호 차원에서 지난 12일부터 탈북자들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마치 월남의 ‘보트 피플(Boat People)’처럼 미국이 북한의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이라도 이들이 온다고 다 받아줄 리는 만무할 것이다. 받아준다 하더라도 이들이 적응될 때까지 우리에겐 큰 숙제가 남아 있다. 고생, 고생해 온 탈북자들이 잘 정착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잘 안내하는 일이다.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그들을 도울 것인가. 우리나 그들이나 서로가 인내해서 좋은 결실을 맺어야 하는데 과연 우리 사회는 이들을 도울 태세가 돼 있는가.
한국으로 간 7,000명의 탈북자도 적응이 잘 안 돼 또 다시 미국으로 오는 판이다. 또 북한을 탈출해서 제3국과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결국 종착하고자 하는 곳은 미국이다. 그런데 과연 여기가 미국의 입장이나 또 우리 실상으로 볼 때 과연 그들을 도울 준비가 돼있는지... 지금은 사실 미국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몇년 전만 해도 걱정 없던 나라살림이 이라크 전쟁에 군비를 너무 쓰다 보니 말이 아니다. 덕분에 걱정 없던 푸드 스탬프, 실업수당, 소셜 시큐리티 연금 같은 것이 옛날과 같지 않게 잘 나오지 않는다. 부자가 엄청나게 많은데도 고작 7,000명을 먹여 살리지 못한 한국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탈북자들이 미국에 올 경우 거의 대도시인 LA나 뉴욕에 오기 십상인데 그럴 경우 그들의 정착은 한인사회가 맡아야 하는 실상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결국은 그들이 크게 걸고 오는 기대에는 제대로 미치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금 뉴욕의 한인 타운에 살고 있는 중국의 조선족 예만 봐도 일은 같이 하지만 서로 간에 동화가 잘 안되고 한인들의 비즈니스가 어려워 그들이 일한 만큼 주급을 제대로 주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그들의 사고는 ‘본국에 송금해야 된다’ ‘당신네는 그래도 나보다 부자다’ ‘나도 당신처럼 여유 있을 때까지는 도움 받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 부조화를 이룰 때도 있다.
처음에는 돈만 바라고 중국행을, 그러다 꿈이 서울로, 이제 마지막으로 미국 오는 게 희망인 탈북자들에게 미국행이 과연 그들의 꿈을 이루어 줄 수 있을지.…? 장사는 안 돼 우리가 먹여 살리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미국이 평생 먹여 살리는 것도 아닐 텐데 정작 이들을 보살피고 정착
시킬 사람은 누구인가. 열쇠는 우리 한인커뮤니티의 교회들과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서로가 인내해서 탈북자들도 실망하지 않고 우리 쪽에서도 동족을 돌보는 심정으로 일순간이 아니라 계속해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이 잘 정착하도록 인내심과 사랑을 가지고 동족으로서 안내할 의무와 책임의식을 가질 필
요가 있다. 어쩔 건가, 밉거나 곱거나 피를 나눈 동족인데… 그들을 잘 감싸주어 과거의 조총련과 거류민단 간에 야기됐던 동족 간의 알력이 더 이상 재현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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