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니,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

2006-05-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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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환(뉴저지)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위대)하다”라는 말이 있다. 어머니는 너무나 위대해서 그 앞에 어떤 형용사도 붙일 수 없다. 어머니 앞에는 이 세상의 온갖 좋은 형용사가 그 앞에 올 수 있지만 너무 많아 모두 생략된 형태이다. 그래서 어머니 앞에는 그 어떤 형용사 하나라도 붙여선
안된다. 어머님이란 표현도 틀린 것이고, 그냥 어머니라고 불러야 옳다. 그 이상 존칭도 필요 없다.

한번은 초등학교만 나와서 기지촌에 살다 미군과 결혼하여 미국에 와서 사는 여인을 우연히 만났었다. 그는 미국에 사는 한국사람들이 자기를 너무 무시한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 여인한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정면으로 쳐다보고 “여보세요, 내가 이래뵈도 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어머니예요”라고 침착하게 훈계(?)하라고 일러준 적이 있다. 그렇게 어머니는 위대하다(별안간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생각이 간절해진다).


알렉산더 대왕을 영어로는 The great Alexander라고 써야 문법적으로 맞는데 영문법을 어겨가며 Alexander the Great 이라고 쓴다. 그것은 알렉산더 대왕이 너무 위대해서 그 앞에 그를 높여주는 어떤 훌륭한 형용사도 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알렉산더 대왕 앞에는 달 그림자나, 별 그림자도 올 수 없다는 지존한 표현이다.
그 위대하다는 알렉산더도 그 뒤에 수식어를 붙여야만 위대해질 수 있다. 그 뒤에 아무런 수식어가 없는 우리 동네 Alexander는 한층 더 초라하게 보여진다. 디즈니랜드에 있는 America the Beautiful 도 The beautiful America 를 Alexander the Great 과 같은 의도에서 자랑스럽게 써놓은 슬로건이다.
하느님도 그와 같다.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동네 무당들이 부르는 하느님은 언제든지 그냥 하느님이지 그 앞에 아무런 형용사가 없다. 하느님이 너무나 위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독교 목사나 장로들이 기도하는 걸 보면 전지 전능하시고 우주 만물을 창조하여 다스리시며 우리의 생사를 주관하시는 등등 긴 수식어를 그 앞에 늘어놓는 것을 본다. 또 말 끝마다 사랑의 하느님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교인들도 아주 많다.그런 사람들은 하느님을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모독하는 것이다. 어떤 훌륭한 형용사라도 하느님 앞에는 올 수 없다. 그것은 하느님을 일정하게 제한하기 때문이다.

하나님도 아니고 그냥 하느님이라야 한다. 이 세상에 하느님이 단 하나인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알고 인정하는데 단 하나 뿐이니까 하나님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도 또한 하느님에 대한 일종의 불경이다. 그런 것으로 봐서 하느님과 어머니는 그 앞에 아무런 수식어도 쓸 수 없고 그냥 하느님과 어머니로 각기 불러야 옳다. 어머니! 그 앞에는 한없이 많은 찬사가 생략된 채 숨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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