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작은 샘물

2006-01-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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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새해가 되었는데도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돈은 옛날보다 더 많이 벌었고 자녀교육도 시킬 만큼 시켰는데 어딘지 모르게 행복해 보이는 모습들이 아니다. 왜 그럴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다란 것만 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 행복과 기쁨은 큰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작은 데에 있는 것이다. 미국에 이민 온 한인들은 너도 나도 어떻게든 빨리 재산을 모아서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죽어라 일을 했다.

미국이 자본주의 국가여서 경제가 우선이라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어디 돈벌이라는 게 계획대로만 되는 일인가. 돈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내가 생각한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성공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그러나 행복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욕심대로 돈도 많이 벌고 공부도 많이 하고 성공도 크게 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돈이 돈으로서, 공부가 공부로서, 성공이 성공으로서 끝이지 그 자체의 가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행복과 연결이 됐을 때 그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보석과 같은 것이어서 보석으로 얘기하자면 다이아몬드는 가장 작지만 가장 값이 비싼 보석이다. 그 외 비취나 에메랄드, 사파이어 같은 보석들은 다이아몬드 보다 값은 못하지만 그러나 그것도 하나의 행복의 표상이다. 그 작은 알맹이에 아름다운 색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돈이 좀 적고 배움이 약하고
성공을 좀 못했더라도 거기에도 행복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은 거대한 바닷물이나 큰 강물이나 큰 호수의 물이 아니라 아주 작은 샘물과도 같은 것이다. 바닷물이나 강물이나 호수 물은 놀이는 할 수 있지만 그 물을 우리가 마시지는 못한다.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물은 작은 샘에서 나오는 맑은 물이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행복이라는 것을 자신에게 젖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거대하고 커다란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샘물과 같은 작은데서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경제적으로 좀 여유가 있는 한인들이 제일 먼저 손대는 것을 보면 보통 큰 집, 좋은 차, 손가락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보석을 갖는 것. 이것이 순서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할 뿐, 행복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곳에서 불행을 느끼고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식구도 없는 가정에서 큰 집은 사봤댔자 오히려 관리비만 많이 나가고 썰렁하기만 하다.

우리말에 집은 작을수록 좋다는 말과 같이 작은 집에서 오손 도손 모여 살아야 정도 들고 식구끼리 가까워지고 행복을 느끼는 법이다. 행복이란 결국 인간관계와도 연결된다. 모든 수단이라는 것은 인간관계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하기 위하여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허망만 남을 뿐이다. 돈이 많다고 식구도 없는데 큰 집을 사게 되면 몇 안 되는 식구가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보니 가족 간에 간격이 점점 멀어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집은 작을수록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져 큰 집이 행복이 아닌 것이다. 작은 집이라도 가족이 늘 웃음으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을 때 거기에 행복이라는 것이 고이는 법이다. 때문에 우리들은 얼마든지 행복감을 느끼며 살 수 있는데 그것은 막연하게 뒷전에 놓고 엉뚱한 곳에다 가치관을 두고 있다. 돈이나 공부, 성공 자체가 마치 행복인 양, 여기고 죽어라 노력을 하는데 그 자체는 행복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수단이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라는데 온 몸을 걸치고 살고 있다. 시간이라는 것은 아주 작은 초에서부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행복은 작은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므로 작은데서 행복할 줄 알아야 일분이 행복하고 한 시간이 행복하고 하루가, 그리고 또 일 년이 행복한 것으로 이어진다. 공간도 텅텅 빈 광대한 곳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곳에서 우리가 어깨동무를 하고 얼굴을 맞댈 때 거기서 행복해지는 법이다.혹, 우리가 큰 공간에 놓여진다 할 것 같으면 그 공간을 채울 줄도 알아야 한다. 그 거대한 공간이 작게 느껴지도록 채울 줄 아는 사람이 곧 행복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나 혼자만이라는 생각에서는 절대 행복이라는 것이 안 나온다. 새해에는 돈도 좋고 공부도 좋고 성공도 좋지만 가능한 한 작은 데서 행복을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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