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선족에게 이념 문제를 바짝 들이대지 말라

2005-07-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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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 <조선족>

미주 조선족 동포들은 90% 이상이 생활의 터전을 한국 커뮤니티 속에 잡고 한국인 속에서 생활하며 그 속에서 일하며 돈도 벌고 있다. 때문에 많은 조선족들은 이에 감사하며 자신이 한민족의 혈통임을 자부하며 살아가고 있다.우리는 가끔 중국인들한테서 “하루에 얼마를 버냐”는 질문을 자주 받으며 우리보다 일당이 싼 그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을 때가 많다.

그들이 한국말을 몇 마디라도 가르쳐 달라고 조를 때마다, 그리고 메인스트릿에 있는 중국마켓에 별의별 없는 것이 없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중국어로 번역된 한국 드라마를 볼 때마다 자신의 이 혈통이 마냥 자랑스럽기만 하다. 발전한 한국에 감사하고 인정 많은 우리 한민족에 감사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인가 모 신문, 모 지면에서 앞장서며 4월 28일 세계적으로 있은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 캠페인에 조선족들을 동원하면서 이제는 중국의 비인도적인 처사에 맞서 싸워야 하지 않는가? 하면서 마치 우리를 중국편이냐? 한국편이냐? 하면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윽박지르는 형태이다.


물론 대부분 우리 조선족들은 탈북 난민들의 강제 송환을 반대하는 입장이며 그들이 처한 입장이 눈물나게 딱하고 안됐지만 우리 대부분 조선족들은 또 이러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나설만한 처지가 아니다.우리의 국적은 중국이며, 우리는 중국의 법률 지배를 받는 국적상 중국 공민이다. 한국이 우리의 친부모라면 중국은 우리의 양부모이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다른 하나와 싸움을 하는 것은 우리가 취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둘이 단결하고 화합하는데 있어서는 우리가 나서서 충분히 교량 역할과 촉매작용을 할 수 있는 것이다.같은 식으로 남북 통일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밥을 먹고 돈을 벌었으니 이제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부당하다. 우리는 이대로가 좋다. 우리 대부분 90% 이상의 조선족들은 자신들의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질 좋은 삶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돈을 모으며 사는 사람들이다.민주주의 혁명은 민주투사들이 하고 정치적 개혁은 정치하는 큰 어르신들이 하면 될 것이다. 우리 민초들은 자신의 생활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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