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뒤통수 치는 경쟁은 그만

2005-07-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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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대우)

얼마전 한인 부동산개발 업체의 D사장과 본의 아니게 지루한 전화 숨박꼭질을 벌인 적이 있다. D사장이 운영하는 업체가 대규모 부동산을 매입·개발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아직 절차가 끝나지 않았으니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며 한사코 만나기를 꺼렸다. 이후 여러번 반복해 전화를 걸어 취재를 요청했지만 D사장은 그때마다 ‘시간이 없다’, ‘회의 중이다’는 짧은 대답과 함께 바쁘게 전화를 끊었다.

2개월 정도가 지나서야 D사장은 먼저 전화를 걸어와 ‘이제 모든 일을 마무리 지었다’며 그동안 피해왔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언론을 통해 회사가 알려지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생각지도 않던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D사장이 지적한 부작용은 바로 한인 업체들끼리 벌이는 ‘진흙탕’ 경쟁. “거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가 나가면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이전에 큰 매매건을 거래하던 도중 깨진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한인 경쟁자들이 끼어들어 훼방을 놓았던 것이었죠. 이번에도 2개의 업체가 달라붙었다는 보고를 받고 외부와의 연락을 일체 차단했었던 겁니다.”


최근 비교적 큰 공사를 수주한 건설업체의 N사장도 얼마 전 D사장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아침 9시면 어김없이 회사에 출근을 하면서도 “장거리 출장”이란 방법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피해왔다. 거짓말까지 하며 이렇게 한 데는 공사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K사장은 불가피하게 ‘출장 중’이었던 것이다.

“한 업체가 공사 계약을 하려고 하면 종종 다른 업체가 끼어들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식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일어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알릴 수 있겠습니까. 영업까지 희생해가면서 회사의 지명도를 높일 수는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일부 업종에 한정돼 있긴 하지만 이같은 막무가내식 끼어들기는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취약한 사업망을 만회하기 위해 경쟁업체의 영역을 파고드는 행위는 분명 상도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미 주류 업계를 겨냥해야 하는 한인 업계의 발전에도 보탬이 안된다. 정당한 노력없이 쉽게 사업을 해나가겠다는 일부 업체들의 상식 밖의 행동이 우려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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