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위를 돌아보며 살자

2005-07-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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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경(뉴저지)

나는 오늘도 매일처럼 드라이브를 한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시나고그 새 건물이 완공돼 가는 것을 보며 잠시 생각해 본다. 우리 이민 1세들도 열심히 생활전선에서 뛰다 보니 이제 어느덧 은퇴할 즈음들이 되었다. 그
중 일찍 일에서 벗어나 노후를 즐기는 부류들이 생겨 그냥 멋진 생활(?)을 영위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보게 된다. 하지만 여지껏 해온 힘든 생활에 마치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무리하는 모습들도 보여 애석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들은 ‘내 돈 내가 벌어 내가 쓰는데 웬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 고생해서 돈 벌고 아이 다 잘 키워놓고 내 노후를 남들보다 번듯하게, 전세계가 좁아라고 여행 하는데 웬 참견이냐고 한다면 할말은 없을 것이다. 과연 그들이 그 많은 곳을 다니며 보고 느낀 것은 무엇인가 궁금하다. 가는 곳마다 그들은 그 좋은 문화를 접하면서 감탄할 일도 많을 줄 안다. 더불어 인생무상도 함께 느끼리라. 이들이 가지면 가질수록, 놀면 놀수록 더 가지고 싶고, 노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애처로워 보인다.


어느날 우연히 맨하탄 소재 일본 차 문화센터를 방문할 기회가 있어 가보니 이곳이 일본인가, 미국인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겉으로는 그저 평범한 건물이었으나 안에 들어가 보니 내부 구조에 조용히 흐르는 일본 전통음악과 일본 전통 평상옷을 입은 중후한 노인이 있었다. 그는 60대 정도로 은퇴한 노인인데 또박 또박 영어로 이 건물은 누구의 증여로 영리 목적이 아닌 오로지 전통문화 보급을 위한 곳이라고 설명하며 일본 전통 차와 앉는 법 등을 시범해 보이면서 같이 시식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적어도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조용하고 독특한 일본문화를 접한 것을 주위에 알리는 문화 전파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게 될 것이다.우리 한인들은 그나마 한인회관 하나 유지하기 조차 힘이 든데 이들은 어찌 제대로 봉사할 건물을 갖고 있는 것인지...한인들 중에는 사명감이든, 명예욕이든 봉사센터 성격을 띄는 모임이나 행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의욕은 많으나 부족한 예산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그러면서 잡음도 있고 말썽도 있고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좀 더 여유있는 자들이 자기만 누리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들이 오히려 공동생활에 대한 배려라든가, 양보라든가 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고, 우리 부부, 우리 가족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으로 꽉 차 있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하직할 때 비석에 혼자 너무 잘 먹고 잘 살았다고 글귀를 써 넣어주면 만족 하겠는지. 아니면 주위 사람들을 위해 뜻있는 일을 하며 살았노라고 쓰면 좋을런지...

우리도 이제 이만큼 자리 잡았으면 어려운 동포를 도와주는 모임도 필요하고 우리 문화를 타민족에게 알리는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남을 배려하며 사는 방향도 우리가 생각할 때 우리 한인사회도 밝아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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