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군대의 추억

2005-07-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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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차장)

얼마전 한국 군대에서 대형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 최전방의 GP에서 근무하던 김모 일병이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이나 사망했다.군대에서의 가혹 행위 여부가 초점이 되고 있으며 책임론으로 정치적으로도 시끄럽다.

젊은 청년들이 덧없이 스러진 점이 너무나 안타깝고, 군대란 도대체 왜 그럴까하는 원초적인 의문이 또 든다.군대의 특수 상황은 한국만이 아니다. 미군에서도 가혹 행위 등은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메뉴다. 영화속에서는 멋있게 각색되기도 하지만 ‘사람이란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일 수 밖에 없는지’,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하는 철학적인 궁금증을 자아낸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와 축구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지겨운 얘기가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또 ‘내가 군대에 있을 때는’이라며 시작되는 무용담은 굳이 여자가 아니라도 지겨울 때가 많다. 그런데 정말 웃기는 것은 남이 할 때는 그렇게 재미없는 얘기가 정작 내가 할 때는 흥분해서 떠든다는 것이다. 그래도 재미있지는 않지만 스멀거리며 떠오르는 군대에서의 추억 한토막을 짧게 소개할까 한다.
20명 정도의 사병이 있는 내무반에 처음 이등병으로 들어갔을 때, 병장이 10명, 상병이 3명, 그
리고 이등병이 5명 정도 있었다. 병장 막내가 제대를 불과 2-3개월 남겨놓은 상황이었고, 이등
병 선임자라고 해봐야 나보다 2개월 정도 앞서있었다.

군대 갔다온 남자들은 금방 알 것이다. 상병과 병장 막내들이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을까하는 것을. 단체 기합을 받을 때면 병장들도 함께 포함됐다. 그 때 말년 병장 중 한명이 불침번을 함께 서면서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기합을 주고 심지어 구타까지 서슴치 않았던 그 왕고참이 자기 고향 친구라고 했다.

한동네에서 자랐고 고교시절 동창이었는데 군대 조금 빨리 와서 고참이 됐다. 그런데 군대 생활하다보니 같이 휴가를 나가서도 쉽게 반말이 안나오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며 처연하게 말했다.
군대를 특징짓는 것은 고립성이다. 외부, 사회와의 단절 내지는 자기들끼리의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문화지만 그 문화가 다른 사회 문화와 충돌할 때도 우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혼란이 가끔 일어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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