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 네티즌들의 분노

2005-06-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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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취재2부 부장대우)

1980년 5월 광주민주화 항쟁을 일으킨 신군부세력의 제5공화국 집권기를 다룬 TV 드라마가 요즘 한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고 이곳 미국에서도 비디오가 동이 날 만큼 인기다.드라마를 볼 때마다 굳게 닫혀진 교문 앞 군인들의 삼엄한 경비와 서울역을 새까맣게 뒤덮었던 전국 대학생들의 시위, 대학 4년 내내 대학 교정들을 하얀 안개가 자욱하게 만든 최루탄 가스,
다방 구석구석 매복하고 있던 사복경찰들의 감시 등 잊고 싶고 떠올리고 싶지 않던 1980년대 군부 통치하의 그 시절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유언비어로 떠돌던 광주 시민들의 실제 학살 장면들을 담았다는 비디오를 보기 위해 각 대학 축제마다 대학생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지만 비디오 상영을 저지하려는 전경들의 강제 진압으로 축제는 언제나 최루탄과 시위로 얼룩진 채 끝이 났다.


이 때문에 기자는 한국에서는 끝내 비디오를 보지 못하고 이곳 미국에서 문제의 비디오를 빌려, 믿기지 않을 만큼 끔찍한 장면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시민들을 총검으로 죽이는 공수부대원들의 과잉 진압 장면을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고 대학생들에게 너무나 가혹하고 암울했던 공포정치 시대가 떠올랐다.


무고한 시민들이 과잉 진압 과정에서 살해되는 광주 민주화 항쟁 부분이 방영되며 분노를 표명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시청자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고 한다.

광주항쟁 동안 행방불명되어 시신조차 찾을 길 없는 피해자 가족들을 취재한 다큐멘터리도 제작되었다. 군인들에 의해 암매장 당한 사망자들의 이야기며 어떻게 군인들에 의해 아들과 딸, 어머니를 잃었는지 가족들의 생생한 진술을 들으면서 25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오랜 세월 비밀에 감싸였던 광주사태의 진상이 TV에서 생생하게 보도되다니 세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아직도 광주사태 동안 사라진 피해자들의 유골 수색 작업이 예산문제로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니 가해자들은 어떤 반응일까 자못 궁금했다.광주항쟁을 주도한 두 전직 대통령의 천문학적 숫자에 가까운 재산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더욱 분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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