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상상 속의 범죄 ‘게임’

2005-06-28 (화)
크게 작게
홍재호(취재1부 기자)

경기도 연천군 중면 최전방 GP에서 김동민 일병이 총기를 난사, 동료 장병 8명을 살해한 사건은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가운데 무엇이 그에게 이같은 참혹한 짓을 저지르게 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로서는 사병간의 언어폭력, 정신적인 문제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김 일병이 평소 인터넷 게임 매니아로 폭력적인 게임을 너무 많이 접해 일종의 환상 살인을 벌인 게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해 한인 학부모들은 심각하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는 플레이스테이션 2, PSP, X박스 등의 게임기를 통해 미래를 꿈꾸고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둠(Doom)3이나 그랜드 테프트 오토(Grand Theft Auto) 시리즈 등의 게임을 모르면 친구들과의 대화에도 낄 수 없고 또한 왕따를 당하기 십상인만큼 게임은 청소년의 문화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즐기는 게임의 폭력성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경찰 또는 행인들을 사살해야 포인트 또는 게임 내 자금을 얻을 수 있거나 마약이나 섹스가 등장하는 게임이 판매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한 지인의 댁을 방문한 적이 있다. 마침 그집 아들의 생일이라 같이 축하해 주다 아버지로부터 선물을 건네받은 아이가 환호하는 모습을 보았다. 궁금증이 일어 보니 폭력성이 난무하는 ‘그랜드 테프트 오토: 산 애드레아스(Grand Theft Auto: San Andreas)’라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집 부부는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아들이 원해서 게임을 사주었다고 밝혔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아이들이 원하거나, 일 때문에 외톨이로 두어 미안한 마음에, 또는 공부를 잘한 상으로 내용도 모른채 게임을 선물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맞을 수 있다. 미 정부는 청소년들을 게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3세 이상 어린이용 EC,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E, 10대용 T, 17세 이상 M, 성인전용 AO등의 등급을 정해놓았다. 하지만 등급에 관계없이 아무에게나 게임을 판매하는 파렴치한 게임기 판매업주와 부모들의 무지로 폭력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더욱 늘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게임기를 사주려면 자녀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 지, 어떤 장르에 관심이 있는지를 먼저 알아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구입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가족간의 대화를 늘리거나 함께 앉아 게임을 함께 하는 등 아이에 대한 관심을 늘려 자녀들의 정서에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야 한다. 오늘 저녁 하루는 가족들과 둘러 앉아 ‘테트리스‘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