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내가 나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2005-06-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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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지극히 타당한 것 같다. 그런데,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큼 힘든 것도 없는 것 같다. 어지간히 자신이 있어야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자만이나 자기 교만에 빠져들 수도 있기에 그렇다. 그
렇지만 자신은 자신을 사랑해야 함을 알아야 한다.

첫째로 자신을 사랑해야 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은 살아있는 생명, 즉 우주보다도 더 귀한 생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은 그 어떤 것,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생명이 있기에 사람과 사람됨의 가치가 우주보다
도 더 귀한 것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삶이 생을 힘들고 지치게 하더라도 좌절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주보다 더 귀한 생명을 자신은 지니고 ‘살아있음’이다. 그 ‘살아 있음’ 자체는 자신이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태어나지 않음과 태어난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로 볼 수
있다. 태어났으니 열심히 살아야 하고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자신을 사랑해야 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나’라고 하는 존재 자체가 지니고 있는 절대 가치성 때문이다. 금강석, 다이아몬드가 보석 중 가장 값나가는 보석의 하나가 되는 것은 금강석이 지니고 있는 희귀성 때문이다. 생명이 없는 금강석도 그런 가치를 지니는데 생명을
지니고 있는 사람의 절대 가치는 금강석에 비해 수만, 수억 배의 가치가 있음을 알아야겠다.

사형수들에 있어 생명이 지니는 가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 한다. 왜냐하면 언제 자신의 목숨, 즉 생명이 끊어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초 일초가 생명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지니며 그들에게 다가오는 삶의 연결은 사형수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도 그들
의 심정을 알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세 번째로 자신을 사랑해야 할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은 남을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기에 그렇다. 또한 자신은 남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대상도 될 수 있기에 그렇다. 이 관계성이야 말로 특별한 가치가 성립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사람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 할 수 있다.
사랑의 관계를 잘 설명해 주며 잘 나타내 주는 것 중 하나는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간이라 할 수도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오고가는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사랑을 알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 ‘내’가 있기에 사랑이 있을 수 있고
‘너’가 있기에 사랑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음이다.

네 번째로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영원성을 포함한 종교성에 있다. 신비하게도 사람에게만 있을 법한 영원을 추구하는 마음과 영원을 사랑하는 마음은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 종교에 잘 나타나고 있다. 그것만 보아도 ‘내’가 지니고 있는 ‘나’
를 사랑하지 않고는 종교성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종교가 사람을 사랑하게 해주는 역할 중 하나는 종교는 사람의 생명을 가장 귀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는 사람의 생명만 귀한 것으로 여길 뿐만 아니라, 생명을 생명 되게 해 주는 삶 또한 귀한 것으로 해준다. 그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는 역할, 즉 사람을 변화시키는
역할도 종교는 한다. 그 변화 중 하나는 자신을 자신이 사랑하게 해주는 역할도 들어있다.

종교를 통한 질적인 변화는, 사람은 사람을 사랑하게 한다. 이 사랑은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통해 남도 사랑할 수 있는 터를 만들어준다. 그것이 바로 이웃 사랑이다. 이웃 사랑은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해야 하는데 내가 내 몸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웃을 사랑할 수 없게 된다.

또 하나, 내가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나’는 ‘나’로 하늘이 ‘나’를 낳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 하나도 하늘의 뜻이 없이 생겨난 것은 없을 것이기에 그렇다. 이 말은 나와 하늘이 ‘하나’ 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하늘은 모두를 포함한
다. 그러기에 자신을 사랑함은 하늘을 사랑함이다. 하늘을 사랑함은 모두를 사랑함이다. 모두에는 이웃도 있다. 이웃을 사랑함은 희생과 봉사를 통해 ‘나’까지도 버릴 수 있는 사랑함이다.
결국, 자신이 자신을 사랑함이란 자기 교만이 아니요 모두를 사랑하는 경지로 이르는 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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