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신질환, 적극적 치료, 예방이 중요하다

2005-06-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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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퀸즈 차일드 가이던스센터 아시안 클리닉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최근 WB 11 밤 뉴스시간에 미국인의 정신질환 발생율에 관한 통계자료를 보도한 적이 있다. 미국인 1만여명을 조사한 결과, 일반인들이 평생동안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51%였고, 두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가질 가능성이 25%에 달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얼마든지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히 경고했다.

한국에서도 국민보험관리공단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3년 우울증 환자는 37만4,000명에 달했고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심각한 잠재 우울증 환자의 숫자도 전국민의 8%에 해당되는 32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21세기 3대 질병의 하나로 우울증을 꼽을 정도로 우울증은 인류의 행복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우울증과 더불어 만성 불안 장애, 알코올 및 약물 남용은 현대인들이 가장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정신질환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신질환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와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치료 대상 정신질환자의 3분의 1 가량만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고 보고 있다. 더우기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발병된 후에 바로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오래 진전된 뒤에야 비로소 치료를 받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불안 장애의 경우 11세경부터 발병이 되는데 실제 치료는 평균적으로 23년 후에 받기 시작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특히,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안인들은 다른 인종과 민족에 비해 정신치료나 상담을 꺼려하는 경
향이 있다.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중에 하나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수치 혹은 불명예로 간주하고 외부에 드러내거나 도움을 요청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아시안 국가들의 정신질환 발병률은 서구 여러 나라들에 비해서 낮게 나타나는데 실제 아시안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서라기 보다는 정신질환을 수용하는 문화와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아시안들은 정신질환을 신체증상화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우울
한 감정이 있을 경우 두통을 호소한다든가, 불안한 감정을 단순히 불면증이나 가슴답답증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좋은 예이다.

결국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내과 진료를 받거나 단순히 신체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이민자들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비이민자에 비해 높다고 한다. 사실
이민자들은 이민과정에 수반되는 언어, 문화적 차이, 적응상의 어려움, 소수민족으로서의 편견과 차별, 장시간의 노동, 빈곤, 세대차이 등 수많은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와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한 개인과 가족, 더 나아가 이민사회 전반의 정신건강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더욱이 이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적절한 정신치료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만한 시설이나 전문가들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정신질환에 덧씌워진 편견과 치료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가 한인사회를 비롯한 이민사회 전반에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10여년간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과 정신상담 치료기법이 많이 발전되어 왔다. 따라서 정신질환 여부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환자의 경우 약물요법, 인지행동적 상담요법 및 환경변화 등의 치료와 가족의 사
랑과 지원을 받게 되면 많은 경우 정상적인 상태로 호전되며 사회와 가정에서 건강하고 안정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갈 수 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느낄 경우 지체하지 말고 정신 관련 전문가로부터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적으로도 정신질환의 예방교육과 더불어 정신질환 및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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