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갈피 못잡는 이민법안

2005-06-23 (목)
크게 작게
이민자 신분문제와 관련된 법안이 여러개 미 의회에 상정돼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관련 외국인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동안 상정돼온 이민법안 중에는 96년 이후부터 영주권을 취득하려고 하던 많은 이민자들이 기대를 걸었던 245i 조항은 흐지부지됐다. 반면 이민자들의 신분을 증명해야만 차량운전 면허를 발급하는 리얼 아이디 법안은 이미 통과가 확정돼 시행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또 부모를 따라 온 고교, 또는 대학생들에게 합법적인 신분을 부여하는 드림엑트 법안은 매년 상정되고 있으나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이외 미국의 안전을 고려해 만들어진 법안에 삽입된 이민자를 위한 메케인-케네디(일명 사오이 법안)은 상정돼 있지만 아직 통과가 되지 않은 상태다.

이 모든 이민법안들은 통과는커녕, 오히려 더 불투명해져 이를 추진하던 이민자 단체들의 로비활동이나 정책, 기조가 전면 수정되지 않으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법안들이 지난 9.11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전 및 중산층 이상의 자국인 포용정책과 이에 동조하는 반 이민 자 단체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통과여부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민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법안 통과를 위해 정책을 입안하고 시위하고 머리를 맞대온 이민자 단체들의 행보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그동안 한인사회에서도 이민자 단체들과 관련법안 통과 및 저지를 위해 청년학교, 유권자 센터, 권익신장위원회 등이 타 커뮤니티 단체들과 연대, 적극 활동을 벌여왔으나 현재로선 별다른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서류미비 이민자들은 모든 법안이 다 그들의 희망과는 달리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미국의 안전문제에 관련한 법안 가운데 한 부분으로 삽입된 사오이 법안마저도 구체적인 시행세칙조차 없는 상태에서 오히려 미국 내 보수 기독교단체들과 백인 우월주의자들로 구성된 반 이민자 단체들에 의해 원천 봉쇄될 지도 모를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식으로 서류 미비자들이 합법적인 신분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무작정 지연되거나 또 근본적으로 막힐 경우 앞으로 이들의 미국 내 체류 및 지금까지 국익에 도움을 주어왔던 이민자들의 경제활동, 교육 및 각계 분야에의 활동 및 기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국가적 성장, 발전에도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하루빨리 서류 미비자들의 신분을 보장할 수 있는 이민관련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돼야 하며 이를 위해 이민자 단체들은 로비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