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범한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

2005-06-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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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옥(전 고교 역사교사)

세계적인 가수 마이클 잭슨이 아동 성추행 혐의로 4개월에 걸친 재판끝에 배심원의 무죄 평결을 받는 날, 거듭된 수술로 망가진 그의 안면 근육은 더욱 처져 보였다. 정신적 고통이 계속된 지난 4개월은 그의 달력으로는 4년의 세월과도 같은 긴 나날이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그리했다면 그가 저지른 일은 그저 그런 일들이지만 성공한 부유층을 후려먹는 평범 이하의 사람들은 그를 조용히 살 수 있게만 내버려 두질 않았다. 검찰이 기소한 10개항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평결을 받아 다행히 파렴치범의 멍에는 벗었으나 정신적 고통은 물론
극심한 재정적 곤란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천부의 재능으로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벌어들여 큰 명성을 얻었으나 그것이 자신을 오히려 부자유스런 몸으로 만든 것이다. 즐거워야 할 부유층의 삶이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회봉사자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거리를 방황하는 홈레스를 병원이나 쉘터에 데려다 주는 일이다. 그러나 2~3일이 멀다하고 뛰쳐나가는 이들은 봉사자들을 무척이나 힘들게 한다.

언뜻 보기에 인생 낙오자처럼 보이는 그들이지만 소유로 인한 번거로움이 싫어 선택한 삶의 공간을 빼앗고 자신들을 정신병자 취급하는 봉사자의 행위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어엿한 직업이 있는 사람이 얼마동안 일한 후 쓸 돈이 주머니에 생기면 일터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들은 자동차면허증을 갖기를 피해 차를 가질 필요가 없고 은행구좌를 열거나 집을 사는
일은 더욱 없다. 증명서는 자신을 알려주고 소유는 자신의 부를 알리는 것이 되어 이것들을 시영아파트 같은 무료 혜택이나 자녀의 학비 감면의 수혜를 방해하여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생각해서다.

평범 이하로 살기를 결심한 그들의 의지는 꿈보다 몇배 이상의 성취를 바라는 욕심쟁이의 그것을 상회한다. 기회의 나라에서 이들이 얼마나 자기 이름 석자 올리거나 얼굴 한번 내보일 경우가 없는 평범한 삶을 살려는 사람들에게 미국은 많은 것을 약속해 준다.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훌륭한 소비자가 되어 신용을 쌓아두고 집 등을 장만하여 가정을 이루어 재산을 증식시켜 스스로 미래를 계획하고 꺼질 줄 모르는 인생열정은 여가 선용으로 이어진다.

분수에 맞지 않는 엄청난 행운을 꿈꾸지 않고 감당 못할 출세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자신에 대한 존경은 사회보장제도 같은 것에 의존해 살기를 거부한다. 꿈 없이 아무렇게나 살려는 사람은 국가의 짐이 되고 감당할 수 없는 성공을 성취한 사람들은 오히려 사회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해방 후 소련군 장교가 되어 돌아온 김일성이나 미국에서 편하게 공부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 평범하게 살려 했다면 지금까지 계속되는 한민족 분단의 고통은 있지 않았을 것으로 가정해 보는 사람들이다.
흘러 넘치지 않아 편하고 모자라지 않아 불편 없는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지혜로운 생활인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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