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위험한 착각

2005-06-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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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취재1부 부장대우)

2000년 6월15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5주년에 즈음해 미 국무부는 연방의회조사국이 작성, 의회에 제출한 북한 관련 보고서 2개를 공개했다.

김대중 대통령 당시 한국 정부의 대북 송금이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속화시켰다는 ‘한미 관계 보고서’와 1995년부터 2004년 10년간 한국 정부가 지출한 대북 지원금 내역을 분석한 ‘북한에 대한 외국지원 보고서’다.


‘북한에 대한 외국지원 보고서’는 동 기간 한국 정부가 6.15 남북정상회담 대가용으로 비밀 송금한 2억달러를 포함, 약32억7,970만달러를 ‘남북협력’ 명목으로 지출했으며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후인 1999년부터 비료 지원과 가족상봉 지출, 도로 및 철도 공사와 대북사업에 나선 한국 기업들에 대한 지원 지출로 이어진 변화를 보여주었다.

보고서는 특히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 한국정부가 국정원을 동원해 북한에 비밀리에 지불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2억달러를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분류, 정상회담을 일종의 ‘흥정’으로정의하고 있다.

‘한미관계 보고서’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김대중 대통령 당시 한국정부가 현대를 내세워 북한에 제공한 대북 송금 11억달러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HEU) 프로그램을 가속화시켰으며 이에 대한 정황 가운데 하나로 6.15 정상회담 직전 국정원이 마카오에 있는 북한 조광무역회사 구좌에 1억9,000만달러를 입금시킨 사례를 들고 있다.

결국 두 개의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 무기 개발을 재정 지원했고 또 매해 지원하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미 연방의회는 이같은 보고서를 비중있게 참고하고 미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잡아주는데 활용하는 것은 불문가지다.두 개의 보고서가 던지는 의미와 그 영향을 무시하고 6.15 5주년 성과에 대한 ‘나 홀로’ 찬양은 위험한 착각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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