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내 직업에 자부심을…

2005-06-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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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준(취재2부 기자)

얼마 전 취재를 위해 한 업소를 찾았다. 그러나 취재원인 한인 종업원은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이유인즉슨 자신의 직업이 자랑스럽지 않아 남들이나 자식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설득하려고 애를 써도 응하지 않아 결국 성과없이 돌아설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자영업을 하는 사람부터 캐셔, 웨이터, 웨이츄레스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중에는 한국이 싫어서 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보다 나은 삶을 찾아서 온 사람, 자녀교육을 위해 온 사람 등 각자 여러 가지 목적으로 미국에 와서 살고 있다.


전통적인 한국의 유교적 사회관에서는 사·농·공·상으로 등급을 매겨 직업의 귀천을 따져왔다.이런 점이 한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하나의 문화적인 요소로 작용해왔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이것이 싫어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은 미국에서는 직업의 귀천이 없으며 자신이 노력한만큼 대가가 주어진다고 믿으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어떤 직업에 종사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근무하는 분야에서 어떻게 일하며 또한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녀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떳떳할 수 없다면 본인 또한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지 못함은 자명하므로 그만큼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이 세상에 그 어떤 직업도 필요없거나 하찮은 것은 없다.시계의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듯 사람마다 각각 제 역할이 있으며 그 하나하나가 제대로 돌아가야 사회 전체가 매끄럽게 움직이게 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보다는 비록 남들이 꺼리는 일을 할지라도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그로인해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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