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젊은 목사의 백혈병

2005-06-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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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사람이란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살아있는 동안 그 무슨 일이라도 다 이루어낼 수 있을 것 같은 비전과 야망을 갖고 성공하여 천년만년 누리고 살 것 같지만 결코 그리 오래 살며 누리지도 못하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지나온 인류 역사를 보아도 뻔히 아는 일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망각하며 살아간다.

40대의 한 여인이 갑자기 병이 들어 한국에 나가 요양 중이다. 또 40대의 한 남자는 얼마 전 심장마비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 최근, 또 40대의 건장한 한 남자가 중병에 들어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필 한창 일해야 할 나이인 40대에 그들이 그렇게 되고 보니 사람이란 참으로 허약한 존재가 아닌지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하늘은 비와 햇빛을 골고루 이 땅에 내리며 비친다. 하늘은 삶과 죽음을 골고루 이 땅위 사람들에게 내리며 거두어간다. 하늘은 아무리 잘 난 사람도, 아무리 못난 사람도,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도, 아무리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도 거두어 갈 때는 똑같이 거두어 간다. 거두어 감에는 부자도 빈자도 상관이 없다. 공평한 것 같다.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살든지 사람은 태어나고 사람은 살아간다. 사람은 태어났으니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아니 살지 않으면 죽어야 하니, 살 수밖에 없는 인생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 시지프스 신화의 짜라투스투라처럼 살아가야 한다. 땀 흘려 굴려 올린 바위를 다시 떨어eM리는 신(神)이 있지만 그 신을 거역하지 못하고 삶을 굴려 올려야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던 그였는데.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소식을 간접적으로 접했을 때 직접 그에게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성실하고, 정직하고, 실력 있고, 믿음 좋고, 무엇보다 사람이 그렇게 좋은 젊은 목사였는데. 그가 백혈병에 걸려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한다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늘 얼굴에 웃음을 간직하고 소년같이 활짝 웃던 그의 모습. 세계선교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며 일 년을 하루처럼 동서남북 세계로 뛰어다니던 그의 선교에 대한 열정. 겸손하여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못할 그의 성품. 중학교 때 이민 왔으나 한국말을 누구보다도 잘하여 통역을 잘하던 그. 세계선교를 잠시 뒤로하고 작은 교회를 맡아 담임목회를 준비하던 그.
하늘의 뜻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건강하여 젊고 할 일 많은 목사를 하늘이 불러갈 준비를 하고 있다니.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그러나 기적은 있지 않다던가.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려 의사로부터 시한부 인생의 선고를 받았으나 기도로, 신앙으로 암을 극복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과학인 의학이 해결 못하는 것을 신앙은 해결할 수 있음에 좌절할 수는 없다.

신앙은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부문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음에 신앙은 신앙으로서의 가치가 하늘과 맞닿아 있다. 하늘의 뜻이 사람을 낳게 하고, 하늘의 뜻이 사람을 불러간다. 이 뜻 가운데 사람은 낳아지고, 사람은 살아가고, 사람은 들려 올려진다. 하늘은 결코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을 일찍 데려가는 법은 없을 것 같기에 그렇다. 하루하루의 삶, 하늘이 내린 값지고 귀한 선물이다. 짧거나 길거나 태어나 살아가는 과정은 너무나 귀한 순간들이다. 그 순간들을 어떤 사람은 허망하게 보내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너무나 소중하게 보내기도 한다. 백혈병이 들었다는 그 젊은 목사는 후자와 같다. 순간순간을 그렇게 소중하게 보낼 수가 없었다. 간접적으로 나에게 들려준 어느 목사의 그에 대한 정보가 오보이기를 바란다. 아직도 그에게 직접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기에 그렇다. 언젠가는 모든 사람이 하늘의 뜻을 따라 들려 올려진다. 올려지기 전 우리들은 우리들이 왜 세상에 태어나 살아야 하는지를 반드시 알고 가야 한다. 그러나 그 ‘앎’이 그리도 어려울 줄이야 살면서 터득되어지는 것 같다.

영원 속에 순간이 있고 순간 속에 영원이 있음을 어떻게 알랴. 영원이 영원으로, 순간이 순간으로 남아있지 않음을 또 어떻게 알수 있겠냐만. 영원과 순간이 하나요, 사람과 우주가 하나요, 삶과 죽음이 하나임을 또 어찌 알랴. 살아 숨 쉬는 귀한 생명은 생명대로 그 가치가 하늘에 닿
아있음을 어찌 설명하랴. 사람이란 살아생전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그렇지 못함이 상식인줄 알지만 망각하며 살아가는 인생임을 또 어찌 알랴. 젊은 목사의 백혈병. 하늘이 그를 오래오래 살게 해 좋은 세상 이루어나가는데 큰일 할 수 있게 해주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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