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들은 먼저 몸으로 말해요

2005-06-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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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뉴욕가정상담소 아동상담가)

만약 한 아이가 지금 집이나 밖에서 겪은 충격이나 압박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이들은 행동으로 얘기한다. 도움을 요청한다. 그런데, 아이의 달라진 행동을 그저 꾸짖고 고치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태도 때문에 아동들의 머리와 마음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동과 비명은 설명이나 위로 없이 무시 될 수 있다.


아이들과 개인상담 혹은 그룹상담(뉴욕가정상담소, 소장 안선아)을 하면서 그들의 행동에 갑작스런 이상이나 변화가 느껴질 때가 있다. 좀 더 알아보면 어김없이 따라오는 상황은 아이가 갑작스런 충격과 압박의 상황에 노출된 경우이다. 오늘따라 계속 물건을 던지는 아이, 구석에 조
용히 혼자 있는 아이, 끊임없는 질문이나 얘기거리로 관심을 받으려는 아이들 뒤에는 그 전날 부모님의 부부 싸움과, 친한 친구의 전학과, 반 친구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상황 등이 숨어있을 수 있다. 지금부터 이런 아이들의 상태를 인식하고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고자 한
다.

■충격과 압박감이란? (Whats Trauam and Stress to Children?) 4년 전에 일어난 9,11 테러의 충격이 그럭저럭 해결된 듯 느꼈던 사람들 중에 2년 뒤 미 동부지역에서 발생했던 정전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번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떨었던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렇듯 큰
충격이나 압박감은 삶에 여러 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새 순이 여린 것같이 아이들은 충격이나 압박에 훨씬 민감하다. 테러, 교통사고, 성추행이나, 가족의 사망, 혹은 자연재해 등의 엄청난 충격뿐만 아니라, 가족간의 불화, 왕따, 이사, 심지어 갑자기 발생한 굉음이나 TV에서 접하는 적절하지 않은 장면 등의 사소하게 생각 할 수 있는 상
황에서도 아이들은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충격과 그로 인한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보여지는 행동과 그의 인식 (Childrens behaviors and the recognitions) - 충격이나 압박감을 겪는 아이들의 행동과 증상은 나이별로 조금씩 틀리게 나타난다. 3살 미만의 어린 아이는 주위 환경이나 사람들의 긴장 혹은 공포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예로 엄마의 우울이나 화를 느끼는 아이의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아이의 이상 행동은 짜증, 청개구리 행동, 매달리고 보채기, 무반응, 그리고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행동(밥, 잠, 화장실)의 어려움 등을 들 수 있다.

3살에서 5살 사이의 아동은 환상이나 마술적인 상상력이 발달하는 시기로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여 받아들인다. 오줌싸개, 애기시늉, 반복적이고 고정적인 놀이형식, 어둠에 대한 공포, 악몽, 괴물과 동물에 대한 공포 등이 충격에 대한 표현일 수 있다. 6살에서 10살 사이의 아이들은 현실세계의 좀 더 사실적인 이해로 자기와 친한 이들에게 발생
할 수 있는 나쁜 일들을 생각하며 두려워하는 시기이다. 이 때에는 짜증, 투덜거림, 공격적인 행동, 친구로부터 떨어짐, 유아로 돌아가려는 행동 (엄지 빨기, 손톱 물어뜯기 등), 어둠에 대한 두려움, 어른에게 매달리거나 끊임없는 수다, 혹은 신체적으로 아픔을 호소 등으로 증세가 나타
날 수 있다.

청소년기는 같이 노는 친구들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시기로, 그들 사이에서 불안과 고독과 혹은 안전함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에 충격을 받으면 무관심, 비꼼, 비평, 반대, 비 협조, 폭력, 위험스러운 행동, 자기몰두, 혹은 우울증세로 식욕과 취침이 불안정해지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혼자 있기를 좋아할 수 도 있다.

■대처방법 (Coping skills)
이런 증상들은 어떤 아이에게든지 한번쯤은 나타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어른들이 걱정하고 도와주어야 할 경우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런 이상 행동의 빈도 (Frequency-얼마나 자주), 강도(intensity-얼마나 심하게), 지속(duration-얼마나 오래)의 문제로 봐야 하겠다.
어떤 충격을 받은 사람에게 한 좋은 친구가 있다고 가정해 보면 좋겠다. 충격과 압박감 겪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항상 시간 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야 한다.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질문에는 나이와 수준에 맞는 솔직한 대답을 해줘야 한다.

규칙적이고 일정한 일과를 만들어 안정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 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비슷한 충격을 또 겪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강제로 대화를 요구해서는 안된다. 과잉보호를 주의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며, 아이에게 부모님의 경험과 사례를 얘기해 줄 수도 있다.
독자 여러분은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떤가? 무엇으로 해결하는가?

충격으로 생긴 우울, 무력감, 신경질, 분노, 비관, 두려움 등의 감정을 성인들은 음주, 흡연, 도박, 기물파손, 폭식, 잠, 수다, 상담, 운동, 명상, 취미생활 등 다양한 차원의 방법으로 대처한다. 그런데, 아이들도 똑같다. 똑 같은 감정을 경험하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대처하려고 한다. 이
런 과정을 순조롭게 잘 넘기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이 필요 이상의 긴 시간의 고통이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발달을 막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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